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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모르는 사람이 우편함 뒤적뒤적" 주민 눈에 딱 걸린 '마약'

신송희 에디터

입력 : 2023.05.09 13:52|수정 : 2023.05.09 17:06


지난 2월 10일 오후 2시 10분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남성이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으로 들어섭니다.

잠금장치 없는 건물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그는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우편함 옆 통신단자함을 열더니, 뭔가 든 작은 봉투를 숨긴 뒤 어디론가 연락합니다.

이 남성이 숨긴 것은 필로폰이었습니다.

수원 권선구 다세대주택 마약사범 (사진= 경기 수원서부경찰서 제공, 연합뉴스)
▲ 수원 권선구 다세대주택에 드나드는 마약 공급책 및 매수자

다세대 주택가에 이른바 '던지기 수법'(특정 장소에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찾아가는 방식)으로 마약을 유통하고 구입해 투약한 마약사범이 무더기로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주로 CCTV가 없고 현관 출입이 자유로운 다세대 주택 통신단자함이나 우편함, 계단 난간 밑 등을 거래 장소로 이용했는데, 검거된 인원 중에는 중국인도 상당수 포함됐습니다.

수원서부경찰서는 최근 마약을 유통한 A 씨(31)와 마약을 투약한 그의 여자친구 B 씨(31) 등 29명을 검거해 5명을 구속하고 1만여 명 투약분인 필로폰 284.5g을 압수했다고 오늘(9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 2월부터 2개월여에 걸쳐 중국 채팅 앱(위쳇)을 통해 현지 공급책으로부터 필로폰 400g을 5차례에 걸쳐 받은 뒤, 이를 소분해 주택가 등 특정 장소에 배달하는 방식으로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수원 권선구 다세대주택 마약사범 (사진= 경기 수원서부경찰서 제공, 연합뉴스)
▲ A 씨로부터 압수한 마약

이들의 범행은 외부인이 여러 차례 들어와 통신단자함을 뒤적거리는 것을 수상히 본 한 주민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습니다.

경찰은 시민 제보를 받은 뒤 마약 사건 베테랑 형사 27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려 2개월간 수사 끝에 지난달 14일 A 씨를 시흥시 주거지에서 검거했습니다.

이후 서울과 부산, 경남 등 전국 각지에 있던 매수자들을 차례로 체포했습니다.

검거한 마약사범 중 17명은 중국인이었고, 휴가 중에 마약을 매수한 현역 군인도 있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의 거주 공간까지 마약의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판단에 즉시 전담팀을 편성해 집중 수사를 벌였다"며 "주택가의 우편함, 계단 등에서 수상한 물건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달라"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경기 수원서부경찰서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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