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거리두기 해제 이후 대학가에서 대면 행사들이 속속 재개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학 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MT'를 빼놓을 수 없겠죠. 새내기 입장에서는 캠퍼스에서 함께 공부할 친구와 선배들을 한자리에서 다 같이 만나는 자리이니만큼 기대도 크고 설레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굳이 가고 싶지 않거나 갈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건축학부 학생회가 MT 행사를 안내하면서 불참할 경우 장학금 순위 산정 때 불이익 갈 수 있다는 문구를 써놓으면서 학내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이 대학 학생회가 지난달 중순쯤 게시한 엠티 안내문 공지 밑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총MT는 장학금 우선순위 대상이므로, 불참 시 장학생 선발 우선순위 2단계가 하락한다는 것이죠. 이 문구대로라면 MT 행사에 불참했을 경우 훗날 장학금 우선순위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옳지 못한 처사라고 느낀 몇몇 학생들은 곧바로 학내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이 문제를 공론화했습니다.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MT 참석 여부를 장학금과 연계하느냐는 겁니다.
학생회 해명은 이랬습니다. 총MT는 건축학부 학생뿐 아니라 교수들도 다 함께 참여하는 행사이며, 문제가 된 MT 불참 시 장학금 불이익 조항은 코로나 유행 시절에 잠시 멈췄다가 최근 대면 행사 재개로 부활한 조항이라는 겁니다. 장학금 우선순위 불이익 준다는 뜻은, 성적이 소수점 두 자리까지 똑같은 동점자가 발생했을 때 최종 우열을 가르기 위한 추가 평가 요소로 MT 불참 여부를 보겠다는 뜻이라고 학생회는 설명했습니다. 축구로 치면 승점이 같을 때 '골득실 차' 같은 역할인 겁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준은 학생회가 마음대로 정한 게 아니고, 원래 학부의 내부 장학생 선발 기준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찬성 측은 총MT는 한 번뿐인 행사다, 학교생활의 연장이다, 장학금을 주는 목적이 수업 잘 듣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한 보상이기 때문에 MT 참여자에게 소정의 혜택을 주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성적이 소수점 두 자리까지 같은 동점자가 발생하는 극히 특수한 상황에서, MT 같은 학교 공식 행사에 참여한 학생에게 우선순위를 주는 정도라면 학내 행사 참여 유도를 위해서라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입니다.
반면 반대 의견도 팽팽합니다. 장학금을 받는다는 건 학업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MT 참여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겁니다. 특히 사람 만나는 걸 그다지 안 좋아하는 기질의 학생들은 굳이 스트레스를 감수해 가면서까지 가야 하겠느냐, MT 불참에 따른 장학금 불이익 조항은 그 자체로 개인의 자유 의사를 억압하는 강요에 불과하다는 주장입니다.
게다가 같은 대학 내에서 이런 식의 MT 불참 불이익을 주지 않는 학부도 많은데 불만을 품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또 만약 성적이 동률일 경우 MT 참가 여부 말고도, 이수 학점 수 같이 다른 평가 요소도 얼마든지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매년 이맘때면 늘 대학가에서 MT 참가를 강요하느니 마느니 놓고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학교 측이 학생들로부터 MT '불참비'를 걷는다며 부당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아직까지 있습니다. 엠티는 학과 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공식 행사인 건 맞습니다. 학과생활도 하나의 사회생활인데, 엠티에 더 많은 구성원들이 참여한다면 서로 간의 친밀감이나 학창 시절 추억을 쌓을 수 있고 학부 구성원으로서의 자긍심도 더 높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장학금 불이익이나 불참비 등으로 참석을 유도하는 방식은 점점 개인의 자유 의사가 중요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불이익 없이도 MT 기획안이나 일정표를 봤을 때 누구나 자발적으로 가고 싶은 MT를 만들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