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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할아버지는 학살자" 주장한 전두환 손자…"우울증" "질환과 폭로는 별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입력 : 2023.03.15 18:31|수정 : 2023.03.15 18:31


"할아버지는 학살자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두환 씨 손자의 말입니다. 전두환 씨 가족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 관련해 이렇게 신랄하게 평가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전두환 씨 손자는 범죄 행각이라면서 가족들의 호화생활도 폭로하고 있습니다. 전 씨 손자가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는데요, 그것과 폭로 내용은 별개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할아버지는 학살자입니다"

"저희 가족이 아마 행하고 있을 범죄 사기 행각에 관련해서 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고자 동영상을 찍게 됐습니다"

동영상에서 이 말을 하는 사람은 전우원 씨. 전두환 씨 둘째 아들 전재용 씨의 아들입니다. 전우원 씨는 SNS에 자신이 발언하는 동영상과 그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가족사진, 지인 신상정보를 담은 게시물을 잇따라 공개했습니다.

이브닝브리핑
전우원 씨는 할아버지 전두환 씨에 대해 "난 내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을 염두에 둔 말로 보입니다. 

전 씨는 어린 시절 전두환 씨, 이순자 씨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전두환 씨 손자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 그동안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을 올린 거죠.

이브닝브리핑
전 씨는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반성도 했습니다. "제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은 것보다 5·18사태에서 죽은 자들, 불구가 된 자들, 그분들의 가족 분들과 자녀 분들이 받았을 정신질환(고통)의 크기가 더 크다"며 "저희들이 리조트에서 호텔에서, 스크린 골프장에서, 비싼 골프장들 가라고 그분들이 흘린 피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전두환 씨와 할머니 이순자 씨에 대한 생각을 묻는 누리꾼의 질문에는 "할아버지는 지옥에서 고통받고 계신다" "(이순자 씨는) 지금 기회가 있을 때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조부모를 모두 비판했습니다.

할머니 이순자 씨가 스크린 골프를 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연희동 자택에 구비돼 있는 스크린골프 시설"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브닝브리핑아버지 전재용 씨도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폭로했는데요, "현재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법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해 현재 한국에서 전도사라는 사기행각을 벌이며 지내고 있다"면서 "이 자가 미국에 와서 숨겨져 있는 비자금을 사용해서 겉으로는 선한 척하고 뒤에 가서는 악마의 짓을 못 하도록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를 '이 자'라고 표현했는데요, 다른 글에서는 '악마 같은 사람'이라고도 표현했습니다. 조부모뿐 아니라 아버지에 대해서도 반감을 넘어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5·18 단체 "환영, 추징금 환수 시급"

전두환 씨 가족 가운데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발언이 나온 건 처음입니다. 5·18 단체들은 사과 없이 떠난 전두환 씨가 속죄하는 길은 유족들이 진정한 사과와 더불어 추징금을 납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홍인화 5·18기록관장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늦었지만 손자라도 전두환과 자신 일가의 과오를 인정했다고 판단, 소신있는 발언을 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 평가한다"며 환영했습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추징금과 관련해 "유족이 직접 부정축재 정황을 언급한 만큼 드러나지 않은 규모의 비밀 자산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추징금 수사가 속도를 내야하는 이유"라고 추징금 환수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두환 씨는 1997년 4월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는데요, 추징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죠. 검찰이 특별팀을 꾸려 환수를 이어왔지만 926억여 원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전우원 씨는 '가족들의 호화생활과 검은돈'에 대해 몇 차례 언급했는데요 "아버지(전재용)와 새어머니는 출처 모를 검은돈을 사용해가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 "(전재만씨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와이너리는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다. 검은 돈의 냄새가 난다"고 돈의 출처를 의심하는 말을 했습니다.

 

전재용 "아들은 우울증…당황스럽다"

전우원 씨와 연락이 닿은 언론사 기자가 더러 있는데요, 가족들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조선일보 기자에게는 "법이 정의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고요, KBS 기자에게는 "극단적 선택 이후 열흘간 병원에 입원하며 회개하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스스로 밝히기까지 한 겁니다. 

KBS 기자는 전화 인터뷰를 했다면서 '전 씨는 다소 불안한 목소리였고, 두서 없는 얘기를 쏟아냈다'고 전했는데요, 인터뷰 상황이 어땠는지 짐작할 만하네요.

이브닝브리핑이와 관련해 아버지 전재용 씨는 기자들에게 아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전재용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워낙 오랜 시간 떨어져서 살다 보니 아들이 아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심한 우울증으로 입원 치료를 반복했다" "아비로서 아들을 잘 돌보지 못한 제 잘못이고, 부끄럽지만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된 지인들께 너무나 죄송해 부득이하게 사정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전재용 씨는 아들의 폭로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당황스럽다"고 했습니다. 연희동 자택 내 스크린 골프장에 대해서는 "부친 생전에 자식들이 돈을 모아서 선물로 해드린 것인데, 노환이 깊어진 이후에는 사용한 적도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우울증과 폭로 내용은 별개"

전우원 씨는 우울증 병력을 숨기지 않고 있는데요, 가족들이 우울증을 이유로 폭로를 부인할 것이라는 것까지 예상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제 가족들이 저의 정신과 치료 기록을 이용하면서 '미친X' 프레임을 씌울 것이다. 저는 작년 1월부터 우울증,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했다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나와 지금 몇 달 간 일을 잘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우울증이라면서 폭로의 진실성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고, 아들은 우울증을 앓았지만 완치돼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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