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괭이갈매기 무인도 번식지에 낚싯바늘…어디서 왔는지 보니

신승이 기자

입력 : 2023.02.26 09:56|수정 : 2023.02.26 10:00


항구와 양어장 등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가 괭이갈매기 번식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환경연구원 이후승 연구위원 등이 지난해 국제학술지 해양오염학회지에 기고한 '괭이갈매기 번식지의 해양쓰레기 오염과 서식 패턴' 논문을 보면, 2020년 4∼7월 태안 난도 괭이갈매기 번식지에서 해양 쓰레기 82점이 발견됐습니다.

발견된 쓰레기의 길이는 2∼1천841㎜, 무게는 0.1∼2천109.1㎎까지 다양했지만 소재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66점으로 전체의 80.5%를 차지했습니다.

나머지 16점은 금속 쓰레기였습니다.

낚시용품이 61점, 74.4%으로 많았고 이 중에는 낚싯줄이 23점, 낚싯바늘 15점이 있었습니다.

이 해양쓰레기들이 어디에서 유입됐는지 알기 위해 연구진은 괭이갈매기 5마리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붙여 해양쓰레기 출처를 추적했습니다.

'갈매기섬'으로도 불리는 태안 난도의 괭이갈매기 번식지는 1982년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학술 목적 외에는 출입할 수 없어 사람이 버린 쓰레기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집한 위치정보를 분석한 결과 괭이갈매기들은 모두 항구와 양어장 근처를 반복적으로 오가면서 먹이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4∼7월 태안 난도 괭이갈매기 번식지에서 발견한 해양쓰레기 (사진=논문 캡처, 연합뉴스)
이는 항구와 양어장에 널브러져 있던 그물이 괭이갈매기 몸에 걸려 번식지로 유입됐거나, 괭이갈매기가 작고 반짝이는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항구와 양식장, 쓰레기 매립지 등 번식지 주변 공간에 쌓인 해양쓰레기가 번식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은 번식지 주변 공간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 특히 바닷새와 해양포유류의 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낚싯바늘과 낚싯줄 등을 별도로 수거해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로베이에서는 낚시용품 수거함을 별도로 설치하고, 낚시용품이 스쿠버다이버·야생동물·선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판을 설치하는 대안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텃새인 괭이갈매기는 고양이와 비슷한 울음소리에서 이름이 만들어졌고 일본에서도 '바다 고양이(海猫)'라고 불립니다.

꼬리 끝의 검은 띠와 부리 끝의 빨간 점이 특징이며 한배에 2~4개의 알을 낳고 암수가 24∼25일 정도 번갈아 품습니다.

우리나라 서해 난도와 함께 동해 독도, 남해 홍도도 대표적인 괭이갈매기 번식입니다.

(사진=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