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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이버 분야 첫 대북 독자 제재…개인 4명 · 기관 7곳 지정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입력 : 2023.02.10 11:28|수정 : 2023.02.10 11:28


북한 '해커' 박진혁 (사진=미국 연방수사국(FBI) 제공, 연합뉴스)
▲ 북한 '해커' 박진혁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자금원 가운데 하나인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첫 대북 독자제재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오늘(10일) 해킹·가상자산 탈취 등 불법 사이버 활동을 벌였거나 관련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에 관여한 북한인 4명과 기관 7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치는 윤석열 정부 들어 3번째 독자제재로, 지난해 10월과 12월 북한 핵미사일 개발과 대북제재 회피 등에 관여한 개인과 기관들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데 이은 것입니다.

특히 이번 대북 제재는 역대 첫 사이버분야 제재여서 주목됩니다.

북한이 촘촘한 대북제재를 뚫고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갈수록 가상자산 탈취나 해킹 등 불법 사이버 활동에 기대고 있어 차단에 나선 것입니다.

미국 백악관은 북한이 10억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를 탈취해 미사일 프로그램의 재원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지난달 말 배포한 바 있습니다.

오늘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인은 박진혁, 조명래, 송림, 오충성 등 4명이며, 기관·조직은 조선엑스포합영회사, 라자루스 그룹, 블루노로프, 안다리엘, 기술정찰국, 110호 연구소, 지휘자동화대학 등 7곳입니다.

라자루스 그룹의 가상자산 지갑 주소 8개도 제재 대상에 올랐습니다.

또, 제재 대상 가운데 조명래·송림·오충성과 기술정찰국, 110호 연구소, 지휘자동화대학은 우리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통상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 우리가 뒤따르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박진혁은 조선엑스포합영회사 소속 해커로 2014년 미국 소니픽쳐스 해킹과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등에 가담했습니다.

조명래는 정찰총국 산하 컴퓨터기술연구소장으로 전산망 공격형 'JML' 바이러스를 개발했습니다.

송림은 로케트공업부 산하 합장강무역회사 소속으로 스마트폰용 보이스 피싱앱을 제작·판매했으며, 오충성은 국방성 소속 IT 인력으로 두바이 등지에서 구인플랫폼을 통해 다수 회사에 IT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했습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기관 중 지휘자동화대학은 북한 사이버 전문 인력 양성과 송출에 관여했습니다.

인민군 총참모부 산하로 1986년 설립된 지휘자동화대학은 매년 100여 명의 사이버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독자제재 대상 기관은 해킹과 가상자산 탈취 등 사이버 공격에 가담했습니다.

특히 110호 연구소는 2000년대 초반 창설돼 활약한 것으로 파악되는 인민군 정찰국 산하 해커조직이자 사이버전 전담부대입니다.

외교부는 "다른 국가들이 제재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은 배후 조직과 인력 양성기관까지 북한의 사이버 활동 전반을 포괄적으로 제재함으로써 제재 효과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배포한 북한 가상자산 탈취 관련 소책자 (사진=외교부 제공, 연합뉴스)
▲ 정부가 배포한 북한 가상자산 탈취 관련 소책자

제재 대상과 외환 거래를 하거나 금융 거래를 하려면, 각각 한국은행 총재 또는 금융위원회의 사전 허가가 필요합니다.

또 금융위원회의 사전 허가 없이 가상자산 거래를 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한편 외교부는 사이버 공간에서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 실태와 우리 정부의 대응 현황을 설명하는 국·영문 소책자도 발간했습니다.

정부는 이 책자를 관련 민간기업과 경찰서 등 국내는 물론 외교채널을 통해 각국의 정부·학계·업계에도 배포해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높여 나갈 예정입니다.

(사진=미국 연방수사국(FBI) 제공, 외교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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