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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올라 7% 넘어선 건보료율…법정 상한 8% 조정하나

유영규 기자

입력 : 2023.01.04 08:04|수정 : 2023.01.04 08:04


매년 꾸준히 오르는 건강보험료율이 올해 소득의 7.09%로 처음 7%를 돌파하면서 건보료율 '법정 상한선 8%' 규정에 새삼 관심이 쏠립니다.

건강보험 당국은 상한선을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노인 의료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법정 상한선을 지금 상태로 두면 더는 보험료를 올리지 못해 건보재정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오늘(4일) 건보당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초 공개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에서 "인구 고령화 등 환경변화에 대응하려면 건보재정 제도와 구조에 대한 개편이 필수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건보 수입구조와 비중을 손질하는 등 효율적 재원 조달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사회보험료가 고용·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적정 건강보험료 상한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개시, 올해 수립할 계획인 2차 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년)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2021년 기준으로 주요국의 보험료율을 보면 독일 14.6%, 프랑스 13.0%, 일본(조합) 9.21% 등입니다.

현행 건강보험법 제73조(보험료율 등) 1항은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1천분의 80의 범위에서 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적시해 놓았습니다.

건보료율을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로 묶은 것입니다.

이런 보험료율 상한 조항은 1977년 의료보험(건강보험) 시행 당시 보험조합이 직장조합과 지역조합, 공무원·교직원 조합 등으로 나뉜 상황에서 조합 간 보험료 차이를 줄이고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로 급증하는 국민 의료비를 감당하려면 지출 효율화와 더불어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어 이런 보험료율 법정 상한선을 더는 유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건보료율은 최근 10년간 2017년 한 차례를 빼고는 해마다 올랐습니다.

지난해 6.99%로 간신히 6%대를 지키던 건보료율은 올해 1.49% 오른 7.09%로 처음 7%를 넘어섰습니다.

보험료율이 7%를 넘긴 것은 2000년 지역·직군별 의료보험이 단일보험으로 합친 이후 22년 만에 처음입니다.

직장가입자 평균 연봉 4천966만 2천732원을 기준으로 본인이 부담하는 건보료는 지난해 7월 기준 월평균 14만 4천643원에서 올해 14만 6천712원으로 2천69원 올라 작년보다 월평균 2천 원을 더 냅니다.

연간 기준으로는 2만 4천828원입니다.

직장인은 건보료의 절반씩을 본인과 회사가 나눠 냅니다.

건보료율은 매년 2∼3%씩 올랐는데, 앞으로도 이런 비율로 오를 경우 윤석열 정부 임기 5년 이내에 법정 상한선인 8% 벽에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건강보장 강화에 따른 의료이용 증가 속도와 작년 하반기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에 따른 수입 감소 영향 등을 고려해 보험료를 연평균 3% 안팎으로 계속 올리면 2026년쯤에는 상한선 8%에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건보료율 법정 상한을 조정하기 위한 법률개정 작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건보료율 법정 상한을 올리는 논의는 작년 12월 31일 자로 일몰(日沒: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도록 하는 것)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규정을 개정하는 작업과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건보 국고지원 규정과 관련해 여권은 한시적으로 일몰을 5년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야당은 일몰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합의를 보지 못해 결국 규정 자체가 종료됐습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말(2022년 12월 31일) 일몰 예정인 국고지원 일몰조항(건강보험법 제108조)을 5년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한 개혁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므로 이 과정에서 국고지원과 보험료율 상한 등을 연계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국민의 의료보장 장치인 건강보험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하루빨리 사회적 논의를 거쳐 건보료율 상한선을 45년여 만에 상향하거나 아예 없애는 쪽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하지만, 국민의 반대 정서가 강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해 6∼7월 전국 20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 현안 대국민 인식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64.0%가 건보료율 법정 상한선을 상향 조정하는 법 개정에 반대했고, 찬성은 24.7%에 그쳤습니다.

보험료율 법정 상한 개정 문제에 반대하는 측은 국민 부담을 고려해 법정 상한 내에서 효율적으로 지출을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찬성 측은 고령화 및 보장성 강화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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