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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때 대공포는 못 쐈다…자체탐지 못해

이홍갑 기자

입력 : 2022.12.27 17:44|수정 : 2022.12.27 17:44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니는 동안 지상 대공포는 이를 자체적으로 유효하게 탐지하지 못해 일절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공중전력으로만 뒤쫓다가 격추에 실패했습니다.

일각에선 공격용 무인기보다 크기가 작은 정찰용 무인기 활동 역시 위협이 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7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무인기에 대응하는 기본적인 매뉴얼은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부터 적 무인기를 식별하고 지상에서 경고방송·경고사격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도 MDL을 넘어오면 탐지·식별해 격파 사격하는 등의 순서로 구성됩니다.

지난 26일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들은 국지방공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로는 탐지와 식별이 이뤄졌습니다.

항적이 모두 잡힌 것은 아니고 소실되는 부분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는 식별이 됐습니다.

하지만 벌컨포와 비호복합 등 지상 배치 대공무기들은 사격하려면 자체 탑재한 탐지 장비로 목표물을 포착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탐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군은 설명했습니다.

북한 무인기들이 우리 대공무기들의 유효 사거리나 탐지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고, 벌컨포의 경우 맨눈으로 식별해야 사격이 가능한데 포진지에서는 북한 무인기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전날 군의 대응은 오직 공중전력만으로 이뤄졌습니다.

F-15K, KF-16 등 전투기와 KA-1 경공격기, 아파치·코브라 공격헬기가 투입됐습니다.

전투기의 기본 임무는 제공권 확보에 있고 경공격기는 근접항공지원(CAS), 공격헬기는 화력 지원 등인 점을 고려하면 지상에 방공망을 깔아 두고도 활용하지 못해 다른 곳에 써야 할 전력을 동원한 셈입니다.

북한 무인기는 2017년 강원 인제에 추락해 발견된 무인기와 형태·크기가 유사하며 성능은 일부 개량됐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크기는 날개 전장 기준 2m급이며, 2017년에 발견된 것과 같은 글라이더 형태에 하늘색으로 도색해 공중에서 식별이 어렵게 만든 외형이 우리 군에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격 조종 기능은 없고 사전에 입력된 좌표를 토대로 비행하는 형태로 분석됐습니다.

전날 진입한 북한 무인기 5대 중 1대는 북한으로 돌아갔고, 4대는 강화도 인근에서 교란 활동을 하다가 우리 레이더에서 신호가 사라졌습니다.

군은 신호가 소실된 무인기들의 추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 해변 등을 수색했으나 잔해 등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서울로 진입했다가 북한으로 돌아간 1대는 국내 비행시간이 총 3시간이며 서울 안에서는 약 1시간 날았습니다.

속력은 약 시속 100㎞, 고도는 3㎞ 전후로 포착됐습니다.

군은 이 무인기가 은평구에서 강북구로 이어지는 서울 북부를 서에서 동쪽으로 횡단해 지나갔다고 밝혔고,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상공에서는 항적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다만 해당 기체 항적 역시 소실 부분이 많고, 기체의 장비를 우리 군이 포획해 분석한 것은 아니므로 군은 용산 인근 상공에서 대통령실 등 주요 시설이 촬영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로 왔다가 북한으로 돌아간 무인기는 KA-1 경공격기가 MDL 근처까지 추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속 100㎞로 저속 비행하는 무인기와 달리 이보다는 빠른 속도를 내야 양력이 유지되는 KA-1은 육안 식별과 경로 조정을 반복하면서 추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인기를 사격할 기회는 있었으나 민가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결국 사격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해졌습니다.

군은 북한 무인기 항적 최초 포착지점 등을 토대로 무인기 발진 기지를 추정하면서 일대를 감시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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