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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에 건물 무단 신축…대법 "재물손괴죄 아냐"

유영규 기자

입력 : 2022.12.23 07:44|수정 : 2022.12.23 07:44


다른 사람이 소유한 땅에 무단으로 건물을 지었더라도 '재물손괴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59)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고 오늘(23일) 밝혔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밭 2천343㎡(약 708평)의 일부를 실질적으로 점유한 사람입니다.

이 땅의 소유주는 B 씨 등 20여 명이었지만 A 씨는 지분이 없고 사실혼 배우자만이 지분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A 씨는 이 땅에 건물을 올렸다가 소송 끝에 철거당했는데, 이후 재차 그 자리에 새 건물을 지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A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습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로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무죄였습니다.

토지 소유자로선 A 씨의 무단 건축으로 땅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됐을 뿐 땅의 효용 자체가 침해된 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이 같은 판단은 재물손괴죄의 법적인 특징 때문입니다.

절도·강도·사기·공갈·횡령 같은 범죄는 행위자가 남의 재물을 마치 자기 소유물인 것처럼 이용·처분할 의사를 보이는데, 재물손괴죄는 이런 '불법 영득 의사' 의사 없이 다른 사람의 재물을 부수거나 숨기는 등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반면 A 씨는 타인 소유물을 본래 용도에 따라 무단 사용한 것이므로 재물손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를 전형적인 '부동산 절도'로 볼 수도 있지만, 부동산은 몰래 가져가서 보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원래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결국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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