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따르며 생긴 거품이 스르르 꺼져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은 맥주 거품처럼 부질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즐겨야죠.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이렇게 말할 것만 같은 금요일 오후 2시. 어느새 캔 맥주 하나를 비웠고 기분이 맥주 한 캔만큼 좋아졌다."
"우리 인생을 살 만하게 만들어주고 매일매일의 피곤으로부터 위로해 주는 건 사랑이나 헌신, 열망 같은 거창한 명제들이 아니라 어쩌면 맥주나 두부, 토요일 오후 같은 소소한 것들일지도 모른다."
"살수록 음식을 먹는 일이 즐겁다. 찬 두부를 잘라먹다가 옛 기억을 더듬더듬 꺼내고, 불고기를 먹으며 좋았던 시절을 떠올린다. 국수 가락을 건져 올리다가 반짝이는 지혜를 얻는다. 복어나 같이 먹자고 친구에게 전화하는 일이 좋다. 물론 혼자 먹는 도시락도 나쁘지 않다. 예전엔 먹지 못했던 음식을 지금은 맛있게 먹을 줄 안다. 맛있게 먹는 척이라도 하는데, 이만큼 살았으니 그럴 수 있게 된 거다."
"돌이켜보니, 인생 아무것도 없다.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살았던 기억은 머릿속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먹고 놀고 사랑했던 기억만이 행복했던 시절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맥주를 따르며 생긴 거품이 스르르 꺼져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은 맥주 거품처럼 부질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즐겨야죠.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이렇게 말할 것만 같은 금요일 오후 2시. 어느새 캔 맥주 하나를 비웠고 기분이 맥주 한 캔만큼 좋아졌다.
"거품이 적당히 나도록 유리잔에 맥주를 따른 후 꿀꺽꿀꺽 맥주를 마신 후 젓가락으로 두부를 투박하게 잘라 한 입 먹는다. 그 순간 '이 일도 그럭저럭 할 만하구나, 조금만 더 가보자.' 하는 마음이 김처럼 모락모락 생겨난다. 두부와 맥주가 놓인 식탁은 내 앞에 펼쳐지는 가장 평화로운 세계다. 적어도 두부를 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는 동안에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해야 할 일, 미뤄둔 일, 하지 못한 일에서도 벗어난다."
"문득 뭔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콩나물국밥, 미역국, 소고기뭇국? 미역국에 살짝 마음이 흔들렸지만 오늘 같은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머릿속에 떠오른 음식은 예상외로 수프다. 은은하면서도 향긋하고 고소한 버터 향이 은근히 올라오는 수프 한 접시. 병아리색의 따뜻한 수프 한 숟가락을 입에 떠 넣으면 이 가을날이 행복할 것 같다."
"수프(스프)는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다. 따뜻한 스웨터 같은 이 음식의 감촉을, 포근함을, 온기를, 다정함을 사람들이 영원히 좋아하고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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