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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포스트 "27년 전 삼풍 참사에서 한국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 아니냐"

심영구 기자

입력 : 2022.11.05 16:16|수정 : 2022.11.05 16:16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한국이 27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겪고도 비슷한 참사 발생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WP는 현지 시간 4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1995년 삼풍 붕괴의 유령을 소환하다'라는 기사에서 "삼풍 이후에도 한국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보도했습니다.

WP는 1995년 502명이 숨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대해 "현대화의 열망 속에 건설업자와 공무원들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서 "한국이 초고속 경제 성장 중에 무엇을 용인해왔는지 드러내준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WP는 또한 당시 삼풍백화점에는 사고 직전까지 붕괴 조짐이 차고 넘쳤는데도 백화점 경영진이나 관련 당국 공무원들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또 사고 이후에는 사회 지도층이 연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면서 당시 건축물 안전에 대한 정부 감독이 강화되고, 과실치사에 대한 처벌 강도가 세지는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다고 WP는 덧붙였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150여 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도 다르지 않다고 WP는 지적했습니다.

삼풍 참사가 한국의 고도 경제 성장에 경종을 울렸다면, 이태원 참사는 한국이 문화 중심지로서 전 세계에 존재감을 떨치던 중에 발생했다고 WP는 분석했습니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학 교수는 이번 참사에서 20여 개국 출신 외국인들이 희생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한국에는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무언가 '쿨'한 것이 있다"며 "하지만 거기에 어울리는 책임감은 갖추지 못한 것 같다. 그저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참사 발생 전부터 위험이 예고됐다는 점도 붕괴 조짐이 많았던 삼풍 당시와 비슷하다고 WP는 진단했습니다.

현장 관할서인 용산경찰서는 핼러윈 주말에 일일 10만 명이 이태원관광특구를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놓고 현장을 관리할 경찰관을 137명만 투입했습니다.

현장 위험을 경고하는 신고 전화가 빗발쳤는데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WP는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대응도 과거와 달라진 바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든 교수는 "두 참사에서는 책임자들이 '어쩔 수 없었다'는 등의 '무책임성'을 드러내는 패턴이 나타난다. 그러면서 사람의 목숨이 희생됐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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