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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다 쓸어갔어요"…도시텃밭 절도에 몸살

유영규 기자

입력 : 2022.11.02 07:37|수정 : 2022.11.02 07:37


▲ 인천의 한 도시텃밭

올해 초 인천의 한 도시텃밭을 분양받은 A씨는 상추·대파·순무 등을 키우고 있습니다.

얼마 전 수확 철을 맞아 밭을 찾았지만 무 이파리가 뜯겨 흙바닥 위에 널려 있고 일부 작물은 송두리째 뽑힌 채였습니다.

A씨는 "큰 피해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밭에 갔다가 속이 상했다"며 "누군가 돌아다니다가 몰래 작물을 하나둘씩 뽑아 가져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도시 농업 인구가 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들에게 분양하는 도시텃밭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최근 일부 텃밭에서 절도나 훼손 사례가 잇따라 관리 사각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늘(2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에서는 올해 기준 도시텃밭 16곳에서 5천700여 명의 주민이 각 구획을 분양받아 농작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시가 직영하는 텃밭은 2곳이고 나머지 14곳은 각 군·구가 관리합니다.

이 중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곳은 남촌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건물 옥상에 있는 시 직영 텃밭 등 일부 텃밭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0개 군·구의 텃밭 관리 인력 현황도 천차만별이어서 일부 군·구만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뽑은 시니어 인력으로 텃밭 관리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체 도시텃밭 관리 인력은 모두 합쳐 6∼7명가량에 불과합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텃밭의 CCTV 설치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지는 않지만 노지에 조성된 텃밭은 거의 CCTV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리 인력의 경우 각 군·구에서 자체적으로 뽑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노지에 조성된 일부 도시텃밭에서는 절도와 관련한 민원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구 영종도 한 도시텃밭에서는 '한 고랑에 심어놓은 배추 10여 포기를 모두 훔쳐 갔다'거나 '다량의 무를 뽑아갔다'는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해당 지역 인터넷 카페에는 '누가 도시텃밭에 심어놓은 대파를 싹 뽑아갔다'거나 '애써 키운 옥수수 중 잘 익은 것만 뽑아 가져갔다'는 등의 하소연 글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도시텃밭을 관리하는 지자체 측은 최근 식탁 물가가 오르면서 절도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대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중구시설관리공단은 경고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텃밭 일대에 게시하거나 현장 계도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중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이전에는 작물 1∼2개만 가져가는 서리 정도였다면 요즘은 채솟값이 많이 올라서인지 절도 규모가 커져 작물을 싹 쓸어가는 사례도 있다"며 "보통 야간 시간대에 발생하는 경우여서 구에 CCTV를 설치하는 안을 제안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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