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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착] 내 이름은 호박벌, 나도 놀 줄 알아!

신송희 에디터

입력 : 2022.10.30 09:05|수정 : 2022.10.30 09:05

"곤충서 처음으로 '놀이 행위' 발견…지력·감각 생각보다 훨씬 높아"


'호박벌도 놀 줄 안다'

반려견이 공놀이하며 즐거워하는 것처럼 호박벌도 놀이 활동을 즐긴다는 해외 연구팀의 발표가 나왔습니다. 

영국 런던 퀸 메리 대학 연구팀이 28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동물행동'(Animal Behaviour)에 호박벌이 아무런 생존적 동기 없이 공을 굴리는 놀이 행동을 통해 즐거워하는 장면을 관찰한 논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어린 포유류나 조류가 놀이 행동을 하는 것은 흔하지만 곤충 중에서 사물을 갖고 노는 장면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구팀은 이같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설을 적용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우선 실험 공간을 만듭니다. 왼쪽에는 설탕물과 꽃가루 등 먹이를 놓아두고 중앙에는 공 놀이방을 설치한 뒤, 통로에는 어떤 장애물도 없이 호박벌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마련했습니다.  

이후 이곳에 호박벌 45마리를 풀어놓고 왼쪽 먹이방과 오른쪽 둥지 사이를 오고 가며 공을 갖고 노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호박벌 실험 장치. 왼쪽에는 설탕물과 꽃가루를 놓아둔 먹이공간. 중앙에는 공 놀이방으로, 이곳을 지나가는 통로에는 장애물이 없다. 오른쪽은 둥지. (사진= '동물행동'(Animal Behaviour) 제공)
▲ 호박벌 실험 장치

그 결과 벌들은 날갯짓하거나 걸어 다니며 공을 굴리거나 올라타는 등 공 굴리기 동작을 총 910번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한 번만 굴린 벌이 있는가 하면 무려 117번까지 굴려 공 굴리기에 '중독된' 벌도 있었습니다. 

공 굴리는 호박벌 (영상= 'Science X' 유튜브)
이후 추가 실험에서는 공이 있는 방과 아무것도 없는 방을 각각 다른 색깔로 꾸민 후 호박벌 42마리를 풀어 두 방에 익숙해지게 만든 뒤 공을 없애 두 방중 어떤 방을 선택하는지 지켜봤습니다. 

그 결과 벌들은 대부분 공이 있던 색깔 있는 방으로 향했습니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을 통해 훈련이나 먹이 보상 없이 즉흥적이고 자발적으로 공을 반복해서 굴리는 것은 놀이 자체 목적으로 한 행위였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다른 큰 동물들이 하는 놀이 행동과 유사하다"고 밝혔습니다. 

나이와 성별에 따른 차이도 발견했습니다. 어린 벌은 나이 든 벌보다 더 많이, 수컷이 암컷보다 더 오래 공을 굴렀습니다. 

앞서 연구팀은 호박벌에게 설탕물을 보상으로 주면서 훈련하면 공을 표적까지 굴려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공 굴리는 호박벌
그러던 중 호박벌 중 일부가 보상을 마다하고 목표지점 밖에서 반복적으로 공을 굴리는 모습을 발견했고, 이후 이번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연구팀을 담당한 라즈 치트카 교수는 "작은 몸집과 두뇌를 가졌다해도 다른 큰 동물들처럼 보람을 느끼는 등 일종의 긍정적 정서 상태를 경험한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이제껏 곤충은 생각도 감각도 없는 생물이라고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곤충의 심리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정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습니다. 

(사진= '동물행동'(Animal Behaviour) 제공/ 영상= 'Science X'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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