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총회 참석을 위해 지난 16일 오후 방한했습니다. 바흐 위원장은 20일(어제) ANOC 총회 관계자들의 숙소로 사용되는 서울시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SBS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바흐 위원장은 먼저 최근 이슈로 떠오른 2036년 서울올림픽 유치 추진에 대해 "한국은 올림픽을 다시 개최할 매우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벌써 전 세계 10여 개의 도시가 유치 의향을 나타낸 것을 고려한 듯 "일찍 레이스에 뛰어드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말 IOC 징계가 끝나는 북한에 대해서는 추가 제재 가능성도 열어 놓았습니다. "2024 강원 동계유스올림픽에 출전권이 있는 북한 선수가 정치적 이유로 보이콧할 경우 또 다른 제재가 유력하다"고 말했습니다. 즉 북한 선수들의 경기력이 부족해 아예 본선 티켓을 따지 못하는 것은 징계의 대상이 아니지만 본선에 출전할 자격이 있거나 출전권을 따낸 선수들이 불참한다면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세계 청소년들의 대축제인 동계유스올림픽이 2024년 1월에 열리니까 북한이 추가 제재를 받으면 2024년 7월에 개막하는 파리올림픽 출전도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다음은 바흐 위원장과 일문일답입니다.
Q. 서울시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은 매우 성공적으로 1988 올림픽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렀고 이 두 대회를 통해 한국인에게 올림픽에 대한 열정을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각종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를 잘 치른 경험도 있고 대회가 남긴 유산도 잘 활용되고 있다. 한국은 올림픽을 다시 개최할 아주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서울시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너무 기다리지 않는 게 좋다. 일찌감치 레이스에 뛰어들어 서울이 갖고 있는 장점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게 좋다고 본다."
Q. 북한이 최근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 북한에 대한 IOC의 제재가 올해 말에 끝나는데 추가 제재에 대한 견해는?
"IOC는 어떤 정부의 행위에 따라 선수들에게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올림픽 헌장에 집중하고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는 데 노력한다. 이것(북한 도발의 문제)은 유엔이나, 각국 정부, 정치인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지, IOC가 해결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
Q. 북한이 만약 2024 강원 유스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북한 선수가 예선에서 유스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는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만약 북한이 정치적 이유로 티켓을 딴 선수들을 강원 동계유스올림픽에 출전시키지 않고 보이콧한다면 정치적 간섭 이유를 근거로 IOC가 추가 제재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Q. 복싱과 역도의 2028 LA올림픽 퇴출을 경고했는데 현재 입장은?
"복싱은 여전히 '트러블 메이커'이고 역도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도핑 사례가 있다. 역도는 '반도핑'에 대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진정한 내부 문화의 변화를 찾기는 어렵다. 선수들이 '반도핑'에 관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있고, 지도자, 의사, 그리고 연맹의 도핑 문화가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복싱의 경우 부패와 심판 판정 시스템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선수들만 희생양이 됐다. 잘못된 문화와 행정이 정말 제대로 바뀌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또 민주적 선거도 이뤄지지 않고, 재정 관리도 부실하다. 복싱은 특히 러시아의 한 대기업으로부터 스폰서를 받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국제복싱연맹의 독립성과 관련된 사안으로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IOC는 12월에 열리는 집행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다."
Q. 러시아 선수들의 파리올림픽 출전을 금지할 것인가?
"이미 몇몇 정부는 (파리올림픽 예선에서) 어느 나라를 출전시키고, 출전시키지 않을지 결정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의 국제 경기 출전 문제는 정부의 정치적 의향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 각국 정부는 국제대회의 권위와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대회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러시아 선수 출전 문제에 대해서 IOC는 매우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다. 각국 정부가 스포츠를 정치적 시각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러시아 선수들을 어떤 형태로 파리올림픽에 출전시킬지는 온전히 각 국제연맹에 의해, 최종적으로는 IOC의 손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