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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박해 피해 난민 신청"…법원, '트랜스젠더' 난민 지위 최초 인정

박찬근 기자

입력 : 2022.10.20 16:33|수정 : 2022.10.20 16:33


성 정체성에 따른 박해도 난민 인정 사유가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법 행정1-2부는 트랜스젠더인 말레이시아인 A 씨가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A 씨는 생물학적 남성이지만 10세 무렵부터 여성의 성 정체성이 형성됐습니다.

15세 때부터는 여성 호르몬제를 투여하고 여성스러운 복장을 하는 등 성 정체성을 표현하며 살아왔습니다.

A 씨는 2014년 한 파티에 참석했다가 '여성처럼 보이게 하고 그런 옷을 입은 혐의'로 체포돼 법원에서 벌금과 구금 7일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동성애 등을 금지하는 샤리아(이슬람 관습법) 형법에 따른 처분이었습니다.

A 씨는 2017년 7월쯤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는 말레이시아에서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상태로 취업하기도 했다"는 등의 이유로 A 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박해받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고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실제로 체포돼 처벌받았고, 자신이 처한 위협에 대해 국가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라며 "이는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인 만큼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시민단체인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성 정체성에 따른 박해를 근거로 난민을 인정한 첫 번째 법원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사진=서울출입국 · 외국인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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