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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의 눈물 맺힌 호소'…법원, 아내 집 창문 깬 40대 '선처'

유영규 기자

입력 : 2022.10.14 09:11|수정 : 2022.10.14 09:11



"지금까지 재판하면서 수많은 탄원서를 받아봤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는 탄원서입니다."
얼마 전 춘천지법 원주지원 101호 법정 피고인석에 선 40대 중반의 A 씨를 앞에 두고 형사 3단독 신교식 부장판사가 한 장의 탄원서를 읽어내려가자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A 씨는 피고인석에서 고개를 떨군 채 소리 내 울었고, 탄원서를 써 재판부에 제출한 그의 노모 B 씨는 방청석 한편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습니다.

A 씨는 지난 3월 7일 오전 0시 20분쯤 원주시 자신의 아내가 거주하는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는데도 문을 열어 주지 않자 바닥에 있던 20여㎝ 크기의 돌덩이를 연이어 집어 들어 베란다 유리창 2장을 깨 재물을 손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신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다른 전과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 자숙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무겁다"며 "다만 깊이 뉘우치고 있는 만큼 우울증과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잘 받아 제2의 삶을 사시라"고 한 뒤 A 씨 노모의 탄원서를 낭독했습니다.

탄원서에는 "피고인의 엄마입니다. 10대 때 낳은 제 아들은 어렸을 때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습니다.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발버둥 쳤는데…. 아들이 이렇게 사는 게 다 제 탓만 같아 평생의 한입니다"고 읍소했습니다.

A 씨가 아내 집에서 범행을 저지른 날에 대한 고백도 탄원서에 담겼습니다.

"그날 저는 며느리와 같이 그 집에 있었습니다. 알코올 치료 후 퇴원한 아들이 찾아와 자신의 집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홧김에 창문을 부순 것인데, 며느리를 보호하고자 제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고 털어놨습니다.

마지막에는 "병 고치겠다고 노력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최근에는 이혼 등으로 너무 외롭고 불쌍한 인간입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라고 아들의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1심 선고 직후 형의 집행을 유예받아 법정을 나선 모자는 치료를 다짐하며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오늘(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도 이 선고 이후 일주일 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A 씨 사건은 종결됐고, A 씨의 1심 형량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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