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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남성성 강조"…농기계 행사에 레이싱 모델 동원

김지욱 기자

입력 : 2022.10.13 22:31|수정 : 2022.10.1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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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1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충북 제천시 지역 축제 실행계획서입니다.

상설 전시 중 하나인 '농기계 모터쇼'.

농기계가 주는 '남성성'을 살리기 위한 모터쇼라고 설명하며 레이싱 모델 참여 일정과 배치표, 의상 컨셉 예시 사진 등이 나와 있습니다.

[김지욱 / 기자] 자료엔 이렇게 6쪽에 걸쳐 레이싱 모델의 프로필을 적어놓은 반면 정작 농기계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저녁에 열리는 쌀 막걸리 페스티벌엔 행사와 관계없는 레이싱 모델이 참여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과연 어떤 행사인 건지 제천으로 직접 가보겠습니다.

충북 제천시 의림지 호수 일대.

축제를 준비하는 공간 한복판에 '농기계 모터쇼'가 진행될 길이 있습니다.

[재단 관계자 : (모터쇼를) 거의 킬러 콘텐츠로 저는 지금 생각을 하고 있어요.]

행사를 기획한 제천문화재단 측이 밝힌 농기계 모터쇼 콘셉트는 이렇습니다.

[재단 관계자 : 농기계가 아무래도 뭐 여성성을 표현하지는 않잖아요. 야생적이고 강렬한 이미지에 부합하기 때문에 가장 꽃이라고 하는 레이싱 모델들을 같이 콜라보를 했을 때 '아 정말 아름다운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겠다'.]

홍보물이나 행사 포스터에도 레이싱 모델 관련 내용은 빠지지 않습니다.

[재단 관계자 : 우리가 누드를 봤을 때 사실 예술로 바라보지, 누드를 '남성이다 여성이다' 상품화로 보지는 않거든요.]

[김지욱 / 기자]이러한 현수막들은 도심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요, 제천시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제천시는 재작년 문체부가 공모한 지역 관광 개발지 사업에 지원해 5년간 예산 120억 원을 따냈습니다.

농기계 모터쇼는 이 예산 가운데 4억 원이 투입된 이번 지역 축제의 한 행삽니다.

제천시는 해당 모터쇼가 농업 육성을 위해 최신형 농기계를 전시, 홍보한다는 행사 취지에 맞지 않게 기획됐다는 논란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김태준 | 제천시 관광기획팀장 : 1회이다 보니 나름대로의 어떤 홍보 방안에서 아마 그렇게 콘셉트를 잡았는데…(사전에) 어떤 문제의식을 저희는 인지를 지금 못했고…]

예산을 지원한 문체부도 "농경 문화예술제라는 큰 사업 안에 포함된 부대 행사라 세부 홍보 계획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행사 일이 다가오면서 레이싱모델을 동원한 농기계 모터쇼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제이 |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 여전히 농기계는 남성의 전유물이고 여성은 그런 남성성을 강조하고 보조하는 역할로 인식하고 있는 그런 문제적인 관점이 들어가 있는 프로그램 기획으로 보입니다.]

제천시는 행사를 하루 앞둔 오늘(13일), 농기계 모터쇼에 레이싱 모델들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관련 자료도 홈페이지에서 모두 삭제했습니다.

SBS 김지욱입니다.

(취재 : 김지욱 / 영상취재 : 강동철 / 영상편집 : 이소영 / VJ : 김종갑 / 제작 : D뉴스플랫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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