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몇백몇천 권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쓸어 넣어주고 아주 작심하고 가르치지 않아도, 그냥 태어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우리 인간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이제 좀 짐작이 갈 것이다. 천문학적인 숫자다. 더구나 친환경적이고 가볍고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말을 할 줄 아는 우리 인간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진정 경이로운 존재들이다. 인간의 일원으로서 '동전 좀 있으세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해하는 신비한 언어 능력의 소유자인 내가 진심으로 좀 멋진 것 같다. 휴랭 대단행!"
-<인간은 일부러 틀리고 기계는 틀리면 죽는다>에서
"언어가 변하고 있다... 각각의 주체를 독특하게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다름을 추구하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략 15만 년 전 우리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언어를 사용한 이래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시기도 없었고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언어도 없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규칙을 무시하고 기존의 언어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일반의 오해와는 달리, 실상은 나름의 동기에 의해 원리와 원칙 안에서 질서 정연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질서를 지배하는 작동 원리도 알고 보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머리말>에서
"한국어의 존대법이 바뀌고 있다. '왕'인 손님을 극진하게 대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에서 과잉으로 존대하는 관례가 일반에까지 퍼진 것인지, 존대법으로 인해 재확인되고 공고화되는 상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도전 혹은 의식적인 노력인지, 아니면 그냥 너무 복잡한 존대법을 제대로 구사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존대법이 상향 평준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겁내지 말자. 언어는 항상 변한다. 그러니 규범의 대상이 아니라 기술의 대상으로 받아들이자. 우리말만 변하는 것이 아니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가 다 변한다. 과거에도 변했고 현재에도 변하고 있고, 미래에도 변할 것이다." -<손님,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에서
"물론, insider가 우리말에서 인싸로 잘린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어떤 언어 현상도 이유 없이 일어나는 법은 없다. 영어의 insider는 3음절짜리 단어지만, 이를 한국어로 옮기면 인싸이더라는 4음절짜리 단어가 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리말에는 아이[ay]라는 이중모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의 이중모음 [ay]가 한국어에서는 아와 이, 각각의 단모음 2개로 인식된다. 한국어 화자의 입장에선, 인싸의 싸는 하나의 음절을 두 동강이 낸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음절 싸와 세 번째 음절 이 사이를 끊었을 뿐이다. 그러니 무죄다."
-<인싸는 한겨울에도 아아를 마신다>에서
"언어는 신조어 좀 쓴다고 변질되거나 파괴되는 그런 유약한 존재가 아니다. 언어 파괴의 진정한 위협은 새로 생겨나는 단어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 단어도 생겨나지 않고 정체되는 상태다. 이것은 위험 신호다. 지구상에 현재 2주일에 하나씩 언어가 멸종되고 있다고 하는데, 생성력을 잃은 언어는 멸종으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러의 말로가 궁금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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