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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美 핵우산에 제도적 발언권…우리 필요할 때 쓸 수 있어"

유영규 기자

입력 : 2022.09.15 07:59|수정 : 2022.09.15 07:59


조태용 주미대사는 한미간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과 관련,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우리 의견을 투영, 우리가 필요할 때 확장억제가 그 필요에 맞게 쓰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부임 100일을 앞둔 조 대사는 1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4년 8개월 만에 부활한 EDSCG에 대해 "미국이 확장억제, 즉 핵우산을 운영하는 데 있어 우리가 제도적으로 발언권을 갖게 됐다"며 이같이 언급했습니다.

EDSCG라는 제도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고, 실제 핵 공격을 방어하는 미국의 확장억제 절차에 우리 정부도 참여한다는 의미에 더해 우리 정부의 필요와 판단이 핵우산 가동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북한의 핵 위협 정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자체 판단에 따라 북한의 핵활동에 대한 감시 강화,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 확장억제 체계 가동을 미국에 요구할 발언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됐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특히 최근 북한이 핵무기 법제화를 통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핵 선제공격의 가능성과 의지를 드러내면서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 강화와 한국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주목됩니다.

조 대사는 "EDSCG 회의가 약 5년 만에 열린다는 것 자체가 상징성이 있고, 북한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면서 "그 상징성을 넘어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좀 더 구체적인 알맹이 있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와 관련, EDSCG 회의 참석차 방미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봐왔던 확장억제 수단보다 좀 더 강화되고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을 국민이 느낄 수 있는 내용이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전략자산 전개 등 (확장억제의) 수준이나 폭이 과거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6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EDSCG 회의에서 한미 양국이 어느 수준의 합의를 만들어낼지 주목됩니다.

EDSCG는 한미 외교·국방 당국이 '2+2' 형태로 확장억제의 실효적 운용 방안을 논의하는 목적의 차관급 협의체입니다.

이어 조 대사는 임박설이 제기되고 있는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선 "(북한의) 기술적 준비는 끝났고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며 북한 경제 상황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를 결정할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일정(10월 16일)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평가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대북)유인책이 비핵화가 상당히 진행된 다음이 아니라 로드맵 초입에 배치된 매력적이고 의미 있는 제안이며, 북한에도 이익이 된다"며 "북한은 이를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공개된 부분만 봐도 '담대한 구상'은 지금껏 어떤 대북 제안보다 전향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임하면 협상 초기부터 자원 교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북 제재 면제를 모색한다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 구상을 거부한 데 대해 조 대사는 "상대가 반응을 안 보인다고 새 제안을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인내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대화 조건으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선 "일부 제재를 풀면 대화에 나올지 모르지만, 그 모멘텀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대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불이익과 관련해선 "부당한 일로, 미국에 당당히 문제를 제기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습니다.

또 IRA 법 개정 자체는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면서 "미국 의회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기차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 여타 피해 예상국들과 공조를 추진하는 데 대해선 "공조가 상호이익이 될 것이란 공감대가 있어 앞으로도 이들과 협의 과정은 지속할 수 있지만, 협의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과도한 공급망 의존을 줄이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으로,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얻는 게 많을 것으로 확신하며 이를 위해 정교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조 대사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0일쯤부터 나란히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이 기간에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미정상 간 만남이 성사되면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한국산 전기차 해법 등 양국 간 핫이슈가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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