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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기준금리 2% p '껑충'…가계 이자 27조 원 이상 불었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2.08.25 10:23|수정 : 2022.08.25 10:2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오늘(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또 올리면서,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동안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2.50%로 2.00%포인트나 뛰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27조 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구나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0.25∼0.50%포인트 안팎 더 오르면 다중채무자,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최근 2년 사이 레버리지(차입투자)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사들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가계 이자 6.8조↑…10개월새 24조원 '눈덩이'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천757조 9천억 원에 이릅니다.

아울러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상 6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기준금리 조정에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비중은 78.1%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하면, 한은의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고 대출금리가 그만큼만 올라도 산술적으로 가계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3조 4천323억 원(1천757조 9천억 원×78.1%×0.25%) 늘어납니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사상 최저 수준(0.50%)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렸고, 이후 올해 7월 한 차례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오늘까지 모두 2.00%포인트(0.25%포인트×8) 인상한 만큼, 약 1년간 늘어난 이자만 27조4천584억 원가량(3조 4천323억 원×8)으로 추산됩니다.

앞서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대출자 한 명당 연이자 부담이 2020년 말 289만 6천 원에서 각 305만 8천 원, 321만 9천 원으로 16만 1천 원, 32만 2천 원씩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약 1년동안 2.00%포인트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128만 8천 원 정도입니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금리인상 포함)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17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최고 6.11% 수준입니다.

지표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달 빅 스텝의 영향으로 최근 한 달 사이 0.52%포인트나 뛰면서 변동금리도 다시 6%대에 들어섰습니다.

더구나 시장은 금통위가 연내 남은 두 차례(10·1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75∼3.00%까지 0.25∼0.50%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6%대를 넘어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도 올해 말 7%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사실상 금융위기 이후 처음 경험하는 금리 수준입니다.

이처럼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특히 2년 전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자산을 사들인 대출자 중에서는 올해 말 연 상환액이 40% 가까이 급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의 대출자 사례 분석에 따르면, 2년 전(2020년 8월 5일) 대기업 직원 A 씨는 주택담보대출(30년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신규취급액 코픽스 6개월 연동금리) 4억 5천600만 원, 신용대출(대출기간 1년. 매년 기한연장 가능. 금융채 6개월 연동금리) 등 모두 5억 5천600만 원을 은행에서 빌려 서울 영등포구 당산삼성래미안 33평형(전용면적 84.94㎡)을 매입했습니다.

A 씨에게 초기 6개월간 적용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연 2.61%, 신용대출 3.35%로 월 상환액은 약 210만 7천 원(주택담보대출 원리금 182만 8천 원+신용대출 이자 27만 9천 원)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년 뒤인 이달 5일 현재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각 4.10%, 5.96%로 높아졌고, 월 납입액(268만 1천6원)도 2년 새 27%나 늘었습니다.

더구나 연말 기준금리가 3.00%까지 오르면, 6개월 뒤 내년 2월 5일 A 씨의 월 상환액은 약 293만 1천 원(주택담보대출 원리금 237만 2천 원+신용대출 이자 55만 9천 원)으로 최초 대출 당시보다 39.1%(82만 4천332원) 불어납니다.

금리 인상 시 금융비용 증가 사례(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사진=시중은행 대출자 이자 부담 증가 사례 분석 캡쳐, 연합뉴스)
기준금리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 가계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커집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한은이 0.50%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3조 9천억 원 늘어납니다.

산술적으로 0.25%포인트만 인상돼도 약 2조 원의 기업 이자가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올해 들어 증가세가 주춤한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최근까지 계속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말 현재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등 중소기업 대출 포함) 잔액은 681조 6천744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45조 7천865억 원이나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709조 529억 원→697조 4천367억 원)이 11조 6천162억 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처럼 기업대출이 급증한 상태에서 대출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9월 만기 연장·이자 유예 등의 금융지원까지 끝나면 한계기업이 속출해 대출 부실이 결국 금융권 전체 건전성 위험으로 번질 우려가 있습니다.

한은도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향후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될 경우 잠재 신용손실이 현실화하면서 은행의 대손비용이 증가하고,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지금까지 금융지원으로 가려져온 기업 대출의 손실이 제대로 드러나면, 국내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최대 1.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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