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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인상에 이자 눈덩이…울상짓는 2030 세입자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2.07.05 07:57|수정 : 2022.07.05 07:57


"자고 일어나면 대출금리가 올라 있는 느낌이라 맥이 빠집니다."

4년 차 직장인 정 모(29)씨는 요즘 은행으로부터 대출 원리금 납부일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 제1금융권 은행에서 전세자금 1억2천만 원을 대출받아 서울에 전셋집을 구했습니다.

당시 변동금리로 연 2.16%가 적용돼 첫 달에는 원금 52만 원에 이자 20만 원을 합쳐 72만 원을 갚으면 됐습니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연 3%대로 뛰더니 급기야 이달부터는 연 4.41%가 적용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정씨는 "금리가 한 번에 1∼2%포인트씩 오르니 월급의 3분의 1인 100만 원가량이 원리금으로 나가게 됐다"며 "금리가 더 오르면 지출을 어디서부터 줄일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올라 총 1.25%포인트가 높아졌습니다.

이처럼 치솟는 금리에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가뜩이나 지갑 사정이 넉넉지 않은 20∼30대 사회초년생들은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대부분 변동금리이다 보니 금리 인상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아예 신규 대출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는 황 모(30)씨는 이달 초 전세 오피스텔에 입주하면서 연 4%대인 전세자금 대출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황 씨의 어머니가 예금담보대출로 받은 6천만 원으로 전세자금을 충당하고, 앞으로 빌린 돈을 갚기로 했습니다.

그는 "예금담보대출은 예금 이자보다 1%가량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전세대출보다는 부담이 적다"며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달리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인천에 사는 이 모(32)씨는 "월세 부담을 줄이려고 전세를 구했는데 체감상 주머니 사정은 더 빠듯해진 것 같다"면서 "이자가 무섭게 오르는 걸 보면 돈 드는 취미 생활은 생각도 못 한다"고 했습니다.

최근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민생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예대마진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일부 은행이 전세대출 금리 인하를 발표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전세자금으로 1억5천만 원을 대출받은 홍모(29)씨는 "금리가 2.37%에서 두세 차례 올라 현재 3.91%인데 0.1∼0.3%포인트 정도 내린다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늘(5일) "국민들이 다방면으로 비용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의 예대마진은 확대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차원에서 전반적인 예대금리 산정 체계나 은행권 담합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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