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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묵은 난제 뿌리 뽑겠다"…보이스피싱 정부 합수단 출범

유영규 기자

입력 : 2022.06.23 10:53|수정 : 2022.06.23 10:53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리)
연간 7천억 원대 규모를 훌쩍 넘은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해 정부 합동수사단이 출범합니다.

대검찰청은 경찰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을 구성하고 단속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오늘(23일) 밝혔습니다.

합수단은 사이버 범죄 수사 중점청인 서울동부지검에 설치하며, 1년 동안 수사를 진행한 뒤 추후 운영 방향을 결정할 방침입니다.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국내에 처음 신고된 것은 2006년입니다.

수법이 날로 교묘해진 탓에 피해액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최근 5년 새만 해도 2017년 2천470억 원에서 지난해 7천744억 원으로 3배가 넘게 뛰었습니다.

그러나 검거된 가담자 숫자는 2017년 2만 5천여 명에서 2019년 4만 8천여 명으로 늘었다가 2020년 3만 9천여 명, 지난해 2만 6천여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급증하는 피해를 수사 역량이 따라잡지 못하는 셈입니다.

대검은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이 적발되기도 하고, 문서 위조·악성 프로그램 유포 등 범행 수법도 전문화·지능화되고 있다"며 "피해자가 재산상 피해를 넘어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일까지 발생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합수단은 검찰과 경찰수사팀, 금감원·국세청·관세청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금융수사협력팀 등을 운용할 계획입니다.

검찰에서는 고검 검사급(차장·부장검사) 1∼2명과 평검사 5∼6명, 수사관 등 20명가량이 투입되며, 합수단장은 조만간 단행될 고검검사급 인사로 결정됩니다.

대검 관계자는 "인사를 앞두고 다양한 수사 역량을 갖춘 분을 상당히 근접해서 물색해놨다"며 "국무조정실 회의에서 경찰과 협의를 했고 경찰 측도 지원과 참여에 적극 동의했다. 경찰과의 실무 협의가 필요해 바로 착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정부합수단 출범 관련 브리핑하는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검찰은 사건 초기부터 경찰 수사팀과 합동 수사를 펼치고 압수수색이나 체포·구속영장을 신속히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수사 개시 범위의 범죄는 직접수사를 하고, 송치된 사건의 기소와 재판, 국제 공조 수사 요청도 맡습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대포통장·대포폰 유통조직 수사, 범죄수익 환수, 해외 보이스피싱 사범 강제송환을 담당하고, 금감원과 방통위는 범행에 쓰인 계좌와 통신기기의 사용 중지 등 조치와 피해 회복, 통신사 행정 처분을 맡게 됩니다.

관세청·국세청은 자금 추적과 피해금 해외 반출 사범 수사, 조세 포탈 조사, 범죄수익 환수 지원을 합니다.

지난해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피해액 5억 원 이상의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으며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경우 '직접 관련성'이 있는 사건만 수사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피해 사례의 절대다수인 경찰 송치 사건은 송치된 피의자의 여죄와 공범은 수사가 가능하지만 그 공범이 저지른 여죄는 수사할 수 없다는 문제가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를 가로막고 있다고 검찰은 봅니다.

단순 수거책을 아무리 잡더라도 총책의 범죄는 직접 관련성이 없는 '공범의 여죄'이므로 근절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이 때문에 검경 협력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검찰은 "가장 말단에 있는 현금 수거책과 대포통장 제공자부터 콜센터 직원, 최상위 총책까지 철저히 수사해 사기뿐만 아니라 범죄단체 조직·활동죄도 적극 적용해 중형 선고를 끌어낼 것"이라며 "총책은 최고 무기징역을, 단순 가담자도 책임에 상응하는 중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중국, 필리핀 등 보이스피싱 조직 해외 거점 국가 수사당국과 공조를 강화해 해외에 체류 중인 총책과 간부 등에 대한 합동수사와 수배자 검거, 강제송환, 해외 범죄수익 환수·박탈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대검은 보이스피싱 단속과 더불어 범죄 예방을 위한 관련 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 추진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리)는 오늘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기본권과 재산을 보호하는 모범적 선례가 되도록 경찰, 유관기관과 힘을 합칠 것"이라면서 "16년이 된 난제를 해결해 국민이 안심하고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차장은 '다른 분야의 합동수사단도 출범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범죄 수요가 있으면 거기에 대응해서 할 것"이라며 "무작정 (검찰) 권한을 늘리고 기능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범죄 수요가 있고 국민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 신중히 검토해 결론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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