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파(생일 파티) 때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생선(생일선물)을 들고 왔는데, 생선은 마음에 들었지만 사람이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를 못하더라. 여기까지 읽고도 낯설지 않다고? 정말 오나전(완전) ㅎㄷㄷ(후덜덜). 더 볼까? 그렇다면 이런 야민정음은 어떤가? 띵언(명언), 띵작(명작) 모르겠다고? 이런 댕청이(멍청이), 정말 롬곡옾눞(폭풍눈물)이 난다.... 사람들은 왜 신조어를 만들어 내는가? 욕망 때문이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욕망 중 최고봉은 ‘그냥 이유 없이’ ‘놀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에서
"나의 두 번째 혀는 서울 사람들의 어투와 억양을 징그러울 만치 그대로 모사하고 있었다.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길어지고 머물고 있던 친척 집에 늦는다는 전화를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커피숍 전화기 앞에서 나는 첫 번째 혀가 할 말 '승준디예, 좀 늦을 거 닮아마씀'과 두 번째 혀가 할 말 '승준데요, 좀 늦을 거 같아요' 사이에서 한참이나 고민했다.
저기 다른 혀를 사용하는 자가 있다!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할 것 같았다. 나는 서울 한복판에서 나의 '가짜' 정체가 발각될까 봐 전전긍긍했다." -<혀의 연대기>에서
"야민정음이 한글을 파괴할 거라는 우려와는 달리, 나는 이런 놀이 때문에 한글이 파괴되지 않는다에 오백 원,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통곡하지 않으리라는 것에 만 원을 걸겠다. 야민정음은 그저 문자의 형태를 가지고 하는 놀이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놀이는 한글의 형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다. 폭풍눈물이라는 말을 거울에 비춘 이미지인 '롬곡옾눞' 역시 '폭풍눈물'이라는 말의 형태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면 사용할 수 없다."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에서
"어지럽게 꼬여 있는 갈등의 현장을 보면 우리는 이렇게 속으로 되뇔 것이다. '알고 싶지 않아. 알고 싶지 않아. 알고 싶지 않아.' 이때 혐오의 헛소리 텍스트는 난마처럼 얽힌 현상을 다음과 같이 간결하고 선명하게 정리해 준다. '복잡할 거 하나도 없어. 다 쟤네가 나쁘고 이상해서 그런 거야. 쟤네만 없어지면 돼. 어때 참 쉽지?' 나는 한국 사회 전체가 이처럼 무지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는 담화 공동체가 되어 가는 것이 두렵다. 이런 공동체에서는 문제를 직시하는 시선이나 문제에 대한 질문 자체가 부정당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는 문제적 집단에 대하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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