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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은 비과학적인 '코로나 야외 소독' 계속할까?

이강 기자

입력 : 2022.05.03 11:41|수정 : 2022.05.03 11:41


'제로 코로나'를 추구하는 중국에선 방호복을 착용한 인력들이 분무기를 들고 거리 곳곳에 소독제를 뿌리는 모습은 일상이 됐습니다.

봉쇄령이 떨어진 상하이에서만 무려 수천 명의 인력이 지역을 소독하는데 동원됐습니다.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곳을 소독하는 건 방역의 기본이지만 중국 정부의 조치는 극단적일 정도로 길거리뿐만 아니라 빌딩 출입구, 공원 벤치, 심지어 소포까지 도시 전체를 소독하겠다는 기세로 사람의 손발이 닿을 수 있는 온갖 곳에 소독제를 뿌립니다.

노동 집약적인 작업이라 이 임무에는 소방관과 지역 청소년, 긴급구조 인력까지 차출되고 있습니다.

상하이 인근에는 특수 화학물질 생산 기지까지 세워졌습니다.

저장탱크와 대포 모양의 분무기를 갖춘 차량은 소독제를 거리에 살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갖춘 이동형 소독 로봇까지 활용될 정도니 '제로 코로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소독하고야 말겠다는 중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시간 낭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CNN이 2일 보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염된 표면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입을 모읍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 결과 코로나19에 오염된 표면을 접촉했을 때 감염으로 이어질 확률은 1만분의 1 미만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실외 공원과 일반도로를 소독하는데 집착하는 건 무의미하며 오히려 대중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중국 코로나 소독, 중국 베이징 주택단지 야외 소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니컬러스 토머스 홍콩대 부교수는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야외 소독 작업에 중국 정부가 집중하는 데에는 정치적인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토머스 부교수는 "소독 로봇의 등장과 거리 소독제 살포는 정부 조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보여주기식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중국은 코로나19가 외부에서 들어왔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설파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야외 방역에 집착하고 있다고 토머스 부교수는 주장했습니다.

그는 "전염병 대응에 있어서 정치 논리가 지배하고 과학에서 벗어난다면 그건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모든 해외 수입 품목에 대해 바이러스 흔적을 찾고, 일부 도시에선 국제 우편과 소포를 소독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고 CNN은 풀이했습니다.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 의대의 이매뉴얼 골드먼 교수는 과도한 소독에 노출된 사람은 건강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독제를 실외에서 뿌리는 것은 건강에 유해할 수 있고 눈, 호흡기 또는 피부에 자극이나 손상을 줄 수 있다"고 가이드라인에 적시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는 중국 내에서도 일찌감치 제기된 바 있습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중국 과학자들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기고한 글에서 염소 소독제를 과도하게 쓰면 물이 오염되고 호수와 강의 생태계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상하이 당국도 동일한 우려를 표명해 한 상하이 관리는 "현재의 방역 조치는 본질적으로 비효율적이며 건강 위험과 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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