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목표로 추진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상당수의 법률이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구성돼 있어 추가적인 법률 개정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오늘(22일)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검사의 수사권을 명시하고 있는 법률은 ▲ 공직선거법 ▲ 근로기준법 ▲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인신매매방지법) 등입니다.
먼저 공직선거법은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한 수사의 주체를 '검사와 경찰공무원'으로, 근로기준법은 '검사와 근로감독관'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청소년성보호법·성매매처벌법·인신매매방지법 역시 피해자를 조사하는 주체로 '검사와 사법경찰관'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중 성폭력처벌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수사 방법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전담 검사도 지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에 명시된 각종 범죄 피해자 보호·구제 절차에서 검사가 하는 역할도 큽니다.
청소년성보호법 23조는 가해자가 피해 아동의 친권자·후견인일 경우 법원에 친권상실선고 또는 후견인 변경결정을 청구하게 되어 있는데, 검사만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41조도 피해자가 공판기일에 출석해서 증언하는 것이 곤란한 사정이 있을 때 검사가 법원에 증거보전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범죄피해자 보호법도 피의자와 피해자 간 형사조정절차를 회부할 수 있는 주체를 검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수완박 법안이 진통 끝에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된 뒤 계획대로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더라도, 다른 법률들이 검사의 수사를 전제로 하는 만큼 추가적인 법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시행까지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 후 국회에서 후속 입법 논의가 장기화할 경우 실무에서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법무부 검찰국은 지난 18일 국회에 제출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검토 의견서에서 "극히 예외적 수사권만 인정하려는 개정안과 검사의 수사 권한을 인정하는 타 법률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심각한 수사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수사와 관련한 대부분의 법률을 개정해야 하고,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일단 검수완박만 하고 보자'는 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검찰이 담당하던 전문적인 영역 수사를 타 기관에 어떻게 이관할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졸속 입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