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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로 구속에 야반도주까지…도금업체들 줄줄이 망한다는데 대책은 없을까요?

김유미

입력 : 2022.04.21 17:09|수정 : 2022.04.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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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부산의 한 도금업체에선 직원들과 공장 설비, 원자재 등은 그대로 놔둔채 대표가 잠적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조상갑 / 공장 건물주 ]
“지금 연락이 아예 안 돼요. 전기세, 폐수(처리)비, 가스비, 수도요금 이런 게 엄청 밀려 있다니까요. 지금 찾아도 연락도 안 되고 방법이 없어요. 도망가 버리고 없으니까.”
 
이런저런 요금이나 비용은 물론이고, 20여 명 직원들 몇 달치 월급과 퇴직금도 밀려 있습니다.
 
부산 강서구에 있는 또 다른 도금 공장.
 
1년 전 대금을 맞추지 못하고 직원들 월급이 밀려 대표는 구속됐고, 경매에 넘어간 공장은 1년이 지나서야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이오선 / 도금업체 대표 ]
“원자재 값은 상승하고 인건비 올라가고, 52시간 제한, 환경 규제적인 부분들도 많이 힘들었고… 그런 부분들이 가중되면서 (기존 업체가) 결과적으로는 부도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4차에 경매를 해서 받고 지금 1년 정도 이렇게 (준비)하고 있는데…”
 
도금업체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시 힘겹게 버티고 있다는 또 다른 도금 공장을 찾았습니다. 헤드레스트 · 엔진 부속품과 같은 자동차 부품에 도금하는 일을 수십 년 해온 사장님. 수십 년 도금 일을 해왔지만, 원자재 가격이 이렇게 오른 건 경험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공급망이 교란된 데 이어 팔라듐 생산량 세계 1위, 알루미늄 생산량 세계 2위, 니켈 생산량 세계 3위를 차지하는 러시아가 최근 전쟁을 벌이면서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박평재 /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
“500g에 이거 하나에 2만 얼마 짜리예요 한 개에… 1년 전에는 (1kg에) 1만 7천 원에서 2만 원 그 사이예요. 이게 (1kg에) 6만 얼마까지 올랐으니까… 조금 떨어졌는데, 딱 러시아 전쟁 터지고 한 달 전에 6만 원까지 올랐어요.” 
 
경남 창원의 방산·항공업체 납품 업체. 제법 규모가 큰 공장들도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임성조 / 도금업체 포면처리기능장 ]
“대부분 원자재들이 다 수입해서 사용하는 것들이다 보니까, 또 수입자재들이 약품으로 희석되면서 사용되기 때문에 비용들이 상당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실제 원자재 값이 얼마나 올랐을까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직전, 비싸야 톤당 만5천 달러 하던 니켈은 최근 3만4천 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고, 아연 값도 같은 기간 2배 반가량 올랐습니다. 국내 산업수요가 높은 대표 광물 15개를 기반으로 산정한 광물종합지수도 같은 기간 2배 반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원자재 가격이 바뀌어도 한 번 정해진 납품 단가는 요지부동입니다.
 
[박평재 /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
“(납품 단가) 오래된 건 10년 전 단가도 있고, 새로 개발되는 건 지금 나오면 올해 단가계약을 하고 있어요. 이때까지 5년, 10년 돼도 단가 인상된 게 별로 없어요, 한 번 정해지면...”
 
경기 안산시 반월도금일반 산업단지도 마찬가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도금업체들이 경영난을 겪는 건 경남권 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문젭니다
 
[설필수 / 도금업체 대표 ]
“원자재 값이 많이 올라가버리니까… 코로나 오면서 그때 당시 2만 원 하던 원자재가 6만원까지 가버렸어요. 200% 이상 올라버렸잖아요, 그런데 반영이 10원도 안 되니까 제조업에선 어렵죠, 중소기업들은.” 
 
도금업계 사장님들이 바라는 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단가도 일부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단가도 그에 맞춰 낮아지는 단가 연동젭니다.
 
[설필수 / 도금업체 대표 ]
“제품 값이 올라가면 올려주고 내려가면 낮춰서 이런 변동에 대한 자율적으로 단가가 좀 변경이 될 수 있도록 납품단가 연동제 (시행되면 좋겠어요).”
 
원자재 가격에 따라 납품 단가를 올리고 내리게 하는 것, 정치권에서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아직은 법으로 강제할지, 아니면 업계 내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유도할지 등을 논의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지만요.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올라 납품 단가 맞추는 데 직접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에게 이런 논의를 기다릴 수 있는 여력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구성 : 민경호 김유미 / 영상취재 : 김승태 / 편집 : 홍경실 / CG : 서현중 전해리 조현서 / 제작 : SBS Digital 탐사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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