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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도 이제 끝? 코로나19도 안녕? '엔데믹'의 진짜 의미 알아봤습니다

박하정 기자

입력 : 2022.04.13 17:50|수정 : 2022.04.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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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 즉 '팬데믹'을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언한 지도 벌써 2년 여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엔데믹'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한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해 "한국이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엔데믹'이라는 단어가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 건데요. 이후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 1일 이 보도를 인용하면서 "오미크론이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접어들었다"며, 의료체계 안정적 관리 등이 조기에 안착되면 "대한민국은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그런 기대를 가져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엔데믹'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걸까요? '엔데믹'이라는 '희망'이 우리 앞에 다가온 걸까요?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 경보 단계를 그 심각성에 따라 모두 6단계로 구분합니다. 지난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언한 '팬데믹'은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5~6단계를 가리킵니다. 그리스어로 Pan(모든)에 Demos(사람)을 합친 말인데, 말 그대로 모든 사람, 즉 사람과 사람 사이 감염이 만연한 단계입니다. 그럼 엔데믹은 어떨까요? The End(끝)의 End가 아닙니다. 그리스어로 En(~안에)이라는 뜻에다 Demos(사람)이 더해진 건데, 팬데믹보다는 범위가 줄어든 것 같아 보이죠. '어딘가의 내부', 즉 특정 지역에 국한된 걸 가리킵니다. 앞서 언급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병 경보 단계 구분에 엔데믹이 따로 정의돼 있진 않습니다. 다만 통상 엔데믹은, 감염병이 어떤 지역 내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하거나 유행하는 걸 말한다고 합니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설명). 그래서 이를 풍토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엔데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감염병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말라리아를 언급했습니다. "아열대 지역은 말라리아 학질 모기가 연중무휴 있으면서 재생산지수 1 정도의 유행을 계속 나타내면서 일정 수의 환자가 계속 나오거든요. 그건 엔데믹이예요." 환자 1명이 2명, 3명을 감염시키는 게 아니라 많아도 1명 정도를 감염시키면서, 주변 사회에 대규모 감염을 확산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수치를 한번 살펴볼까요. 세계보건기구의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해 말라리아에 감염된 사람은 2억 4천여 명이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 전인 2015년에는 2억 1천여 명이었고, 더 과거인 2000년에는 2억 6천여 명이었습니다. 꾸준히 존재하고 있죠. 또 2020년 감염자들을 살펴보면 그 95%가 아프리카에서 나왔습니다. 사망자도 96%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습니다. 특정 지역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거죠.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설명한 엔데믹의 의미, 다시 떠올려 보실까요? 어떤 지역 내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하거나 유행하는 것, 바로 이런 말라리아가 엔데믹, 즉 풍토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22일,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우리나라의 코로나19를 가리켜 "풍토병처럼 관리할 수 있는 초입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가 이런 풍토병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건데,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던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를 엔데믹이라고 정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늘 존재하는 질병 그리고 현재의 의료 상황에서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라는 상황이 되어야지만 우리가 풍토병이라는 정의를 적용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인데요. 실제로 우리 의료 체계가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으며, 사람들도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전 교수는 "(코로나19는) 어떠한 형태의 변이가 발생할지 모르고 또 언제 이 상황이 어떻게 유행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엔데믹, 풍토병이라고 정의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도 비슷한 지적을 합니다. "(코로나19는) 증상이 나타나기 2~3일 전부터 감염력이 있어서 유행이 통제될 가능성이 없다"면서 "3개월 정도 오미크론 유행 변이에 대해서는 소강 상태에 가겠지만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면 아마도 전 세계 대유행은 당분간 몇 년 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앞으로 코로나19가 '통제가 되느냐'를 따져봤을 때 '그렇다'고 확실히 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두 전문가 모두 회의적인 겁니다.

오미크론 유행이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오는 15일 방역 당국이 사실상 '거리두기 해제'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일상으로의 회복을 의미하는 거리두기 해제인데, 이것이 곧 코로나19 이전으로 모두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걸까요? 거리두기 해제를 앞둔 우리가 반드시 짚어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 의료체계 역시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엔데믹은 질병 유행이 끝났다는 의미를 주기 때문에 그 표현 자체가 잘못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줬다"고 생각한다면서 "갑자기 상황을 이렇게 푼다고 하면 우리 국민들이 좀 혼돈에 빠질 수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도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는 거에 맞춰서 백신을 확보하고 치료제를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피해가 컸던 요양병원 등 시설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일상 회복,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차근차근 반드시 해 나가야겠지만 완전히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될 겁니다.

구성 : 박하정 이미선 / 영상취재 : 신동환 이재영 / 편집 : 홍경실 / 디자인 : 성재은 전해리 안지현 / 제작 : SBS Digital 탐사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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