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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文 정부 탄소중립 그대로 가면 2050년 전기료 5배 올라"

유영규 기자

입력 : 2022.04.12 11:55|수정 : 2022.04.12 11:55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오늘(12일)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면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고 연평균 국내총생산(GDP)도 줄어들 수 있다며 대대적인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인수위 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팀은 관련 부처 업무보고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을 국제사회에 표방하며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탄소중립정책이 실제로는 실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 한편 민생 압박요인도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인수위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정책 수정을 예고해 현 정부와 긴장 수위가 높아질지 주목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탄소중립 5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이자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서 "다음 정부에서 에너지 믹스 정책은 바뀔 수 있지만,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은 변함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한바 있습니다.

인수위는 오늘 "2050 신재생 에너지 비중 70% 등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2050년까지 매년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계당국은 내다봤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월평균 350kwh(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사용해 현재 4만7천 원을 내는 4인 가구가 2025년 5만3천∼5만6천 원, 2030년 6만4천∼7만5천 원, 2035년 7만8천∼10만 원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는 추산을 공개했습니다.

인수위는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의 경우 전기료는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더라도 지금보다 5배 이상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습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추진에 따른 부담이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거론했습니다.

인수위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비공개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2050년 탄소중립 달성' 때는 2030년까지 연평균 0.7%포인트, 2050년까지 연평균 0.5%포인트의 GDP 감소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습니다.

인수위는 한전의 영업이익 악화 원인도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5년간 원자력발전 발전량이 줄면서 전기요금 총괄원가의 80%를 차지하는 한국전력(한전)의 전력구입비가 문재인 정부 5년간 13조 원 늘었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입니다.

이는 정비일수 증가 등 원전 평균 이용률 저하로 발생한 추가 전력구매분 8조1천억 원,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1조5천억 원, 신한울 1·2호기 준공 5년 지연에 따른 3조4천억 원 추가 지출을 더한 수치입니다.

원전가동률 변화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관계 (사진=인수위 제공, 연합뉴스)
인수위는 또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4.16%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원전은 감소한 반면 석탄발전이 소폭 증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16% 급증한 영향이라는 분석입니다.

국가 온실가스정보 종합센터는 올해도 온실가스 배출이 1.3% 이상 늘어 총 6억8천500만 톤(t)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가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온실가스 배출은 사실상 이와 역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던 온실가스 증가율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률을 낮춘 2017년 2.5%, 2018년 2.3% 증가세로 반전했다는 것입니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원전 가동률이 높아진 2019년에는 다시 3.5%,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20년에는 7.5% 감소한 바 있습니다.

인수위는 "정권이 교체돼도 글로벌 목표인 탄소중립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와 민생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서 정책 조합(policy mix)은 대대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잠정 결론"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수위 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팀은 실현 가능한 탄소 중립을 위해 5가지의 정책방향을 세워 '국민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 보고서'를 작성해 윤석열 당선인에게 직접 보고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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