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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의회서 사상 첫 총리 축출

고정현 기자

입력 : 2022.04.10 08:30|수정 : 2022.04.10 08:30


파키스탄 의회가 현지시간으로 10일(현지시간) 새벽 임란 칸(69)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 시켰습니다.

14시간에 가까운 여야 대치 끝에 성사된 총리 불신임안 투표에서 342명의 하원의원 중 174명이 찬성함에 따라 칸 총리는 더는 총리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동안 불신임안 투표를 세 차례 지연시킨 여당 소속 아사드 카이사르 하원의장이 전격 사임한 직후 의장대행을 맡은 야당 소속 사르다르 아야즈 사디크는 "174명의 찬성에 따라 불신임안이 통과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파키스탄에서 지금까지 5년 임기를 다 채운 총리는 한 명도 없었지만, 불신임안 가결로 물러난 총리는 칸 총리가 처음입니다.

야권은 칸 총리가 코로나19 사태로 망가진 경제 회복에 실패하고 부패 척결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초부터 불신임 투표를 추진해왔습니다.

여기에 칸 총리가 이끄는 여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 소속 의원 수십 명이 불신임 찬성표를 던지겠다며 등을 돌리고, 연정 핵심 파트너인 MQM-P 등도 야권에 가세하면서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통과는 초읽기 상태였습니다.

그러자 친중 성향으로 평가되는 칸 총리는 "미국에 의한 노골적인 내정 간섭"이라고 '미국 음모론'을 제기하며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여권은 야당들의 불신임 투표 요청이 위헌이라며 표결을 무산한 것은 물론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파키스탄 대법원은 지난 7일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명령하고, 의회 해산 조치도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원이 언제, 누구를 새 총리로 뽑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야권 지도자인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 총재가 차기 총리로 선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하원은 오는 11일 신임 총리 선출을 위해 본회의를 열고 표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후보자 지명 서류는 10일 오전 11시까지 제출돼야 한다고 사디크 의장대행이 설명했습니다.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2018년 8월부터 정권을 이끈 칸 총리는 지지자들에게 전국적인 집회 참여를 촉구하는 등 결과에 순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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