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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주민들 "러, 우리를 인간방패로 썼다"

김용철 기자

입력 : 2022.04.08 13:43|수정 : 2022.04.08 13:43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한 명백한 증거가 나왔다고 영국 BBC 방송이 7일 보도했습니다.

BBC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부의 마을 오부호비치 주민들을 인터뷰한 결과 러시아군이 수세에 몰리자 인근 학교에 숨고서 주민들을 총으로 위협하며 학교로 끌고 가 가둬둔 채 인간방패로 썼다는 증언이 쏟아졌다고 전했습니다.

키이우 북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오부호비치는 벨라루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와 가깝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이 지역을 점령하고 주요 거점으로 삼았습니다.

오부호비치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아 전선에서 밀리자 집마다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찾아내 총으로 위협하며 러시아군이 머물던 지역 학교에 가뒀습니다.

당시 마을에선 주민들이 집 대문에 우크라이나어로 '사람'이라는 단어를 써 놓았다고 합니다.

자국 군인들에게 민간인이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기 위한 방안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러시아군에 사람이 있다고 알려주는 표시가 되고 말았습니다.

문을 열지 않으면 러시아군은 문을 부쉈고 노인들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약 150명이 학교로 끌려갔습니다.

'이반'(60)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러시아인들은 파시스트이고 반달족이다. 아이들과 사람들이 울부짖었다"라며, "러시아인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주민은 "(학교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천장이 무너지면 그곳이 공동묘지가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학교에 잡혀있던 당시 느낀 공포를 전했습니다.

러시아군 일부는 술에 취해 주민들에게 벨라루스로 끌고 가겠다는 위협도 했다고 BBC는 전했습니다.

세계 2차대전에서 살아남았다는 마리아 빌로호보스트(89)는 러시아를 2차대전 당시 독일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그들이 러시아어를 했지만 나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러시아군이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을 모두 끌고 갔는데, 두 살 된 증손녀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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