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생활·문화

[Pick] "러시아→우크라이나"…명화 속 무용수들 '국적' 달라졌다

이정화

입력 : 2022.04.05 18:11|수정 : 2022.04.05 18:11


에드가 드가 '우크라이나 무용수들(Ukrainian Dancers)'영국 런던에 위치한 내셔널 갤러리가 소장품 중 하나인 '러시아 무용수들’(Russian Dancers)'의 제목을 '우크라이나 무용수들(Ukrainian Dancers)'로 변경했습니다.

현지시간 4일 영국 가디언지는 내셔널 갤러리 측이 소장 작품의 제목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기존 '러시아 무용수들'은 '우크라이나 무용수들'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드가의 명성만큼 유명한 해당 작품이 뜻밖에 개명을 결정하게 된 것은 일부 해외 누리꾼들의 의견에서 비롯됐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국제 상황 속에서 '러시아 무용수'라는 제목의 작품이 떠올랐다"며 해당 작품에 묘사된 무용수들이 '러시아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입니다.

해당 소장품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에드가 드가가 파리에 와서 공연하는 동유럽 지역 무용수들을 묘사한 20세기 작품입니다.

누리꾼들은 이 작품이 "우크라이나 문화의 많은 요소를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면서 "역사적으로 올바른 이름으로 작품명을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영국 내셔널 갤러리이러한 의견을 개진한 일부 누리꾼들의 게시글에는 내셔널 갤러리의 응답을 기다리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고, 결국 영국 내셔널 갤러리는 누리꾼들의 의견에 응답했습니다.

해당 작품의 제목과 설명을 수정한 것입니다.

바뀐 설명에 따르면 "이 무용수들은 러시아인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인임이 거의 확실하다"며 "전통 민속 의상을 입고 장화로 땅을 밟고 있는 이 농민 무용수들은 드가가 거의 40년 동안 그렸던 고전 발레리나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이 춤은 무대가 아닌 시골 환경에서 수행된다"면서 이제껏 드가가 그린 무용수 그림들과 다른 점을 정리했습니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 측은 "관람객들의 피드백을 주의 깊게 듣는다"며 "최근 한 달간의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으로 인해 집중도가 높아져 그림의 주제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제목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의 이 같은 결정에 많은 우크라이나 예술가들이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아트디렉터 마리야 카슈첸코는 "러시아 예술이라는 용어가 포괄적으로 쓰이는 건 이해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해졌다"면서 "과거에는 내가 러시아인으로 불리거나 우크라이나의 유산이 러시아의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와 마주치곤 했다"며 바뀐 제목에 반가움을 표했습니다.

가디언지 또한 "우크라이나의 국가 색인 노란색과 파란색이 작품 속에서 눈에 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사진=영국 내셔널 갤러리)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