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판다] 아직도 '노예'가 있다
Q. 염전 일은 얼마나 하셨고, 돈은 얼마나 버셨나요?
"제가 여기에서 2012년부터 일해왔어요. 그런데 한 번도 고향을 못 가봤어요. 제가 집에 다녀오겠다고 하면 그냥 전화 한 번만 하고 말아라, 그런 식이었어요. 추석이고 명절이고 한 번도 못 갔어요. 통장을 보니까 현금까지 포함하니까 딱 백만 원밖에 없어요."
Q. 염전을 왜 나가지 못했나요?
"저도 나갈 생각은 있었죠. 시도하려고 했는데 보는 눈이 있으니까. 가려고 해도 못 나가지, 두려움에. 사람들이 한창때는 한 방에 여섯, 일곱 명이었어요. 사람이 많으니까 도망가려고 해도 못 가요. 눈 떴는데 그 자리에 사람이 없잖아요? 그러면 얘기를 해요, 사람이 없어졌다고. 그러면 한 번 찾아보라고 그래요. 책임자가 방마다 다 뒤져보고, 창고마다 한 바퀴 돌아요. 없으면 전화해요. 그러면 차로 동네마다 다 돌고 다니지."
Q. 사장 일가가 왜 무서웠나요?
"사람들을 엄청 때렸죠. 일을 못 한다고 와서 때리고. 막 삽 있잖아요, 소금 삽. 그런 걸로 때리고 주먹으로 때리고. 한 번 맞게 되면 거기에 겁나 시달리죠. 아침이 되면, 일하게 되면, 항시 불안을 가지고 일을 해요. 왜? 이 사람이 또 언제 때릴지 모르니까. 그러니까 항시 마음이 겁나는 거지. 또 와 가지고 뒤에서 어떻게 때릴까, 당연히 겁이 나지. 말하잖아요? 그러면 말대꾸한다고 또 때려요. 계속하다 보니까 이제 가슴에 한이 맺히는 거죠. 그렇다고 누구한테 하소연하지도 못하고. 그렇잖아요? 누구한테 하소연하겠어요. 내가 누구한테 이야기하면 그 사람도 또 맞아요. 그러니까 맞았어도 이야기를 안 해요. 거짓말 안 하고 한 달에 한 열 번 이상은 맞았어요. 그러니까 이제 사람이 지쳐버리죠."
Q. 첫 조사에서는 왜 피해 사실을 부인했나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조사받을 때 '감금도 안 하고 폭행도 안 하고 우리 사장 참 좋다' 다들 그렇게 말했을 거에요. 사람 보는 눈도 있고 두려움 때문에 말을 제대로 못 했어요. 그때는 어떻게 나갈 길이 없잖아요. 사람도 왔다 갔다 하고 또 보는 눈도 있고. 동네 사람들이 누구 없어지면 바로 통보가 들어가. 야, 너희 집 애 어디로 가더라. 그러면 바로 차를 타고 다녀요. 그러니까 이제 두려움에 뭐 말도 못하고 나간다고 하지도 못하고. 솔직한 심정으로 다 털어놓고 싶었어요."
Q. 사장 측이 경찰에서 할 말을 정해줬나요?
"주인들은 때렸어도 때리지 않았다고 말하라고, 임금이고 뭐고 너희가 저기 해서 했다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누가 먼저 조사받으러 파출소 가면 얘기를 해요. 두 사람 먼저 갔습니다. 그리고 전화로 내용을 다 말해줘요. (다음 조사 받을 사람에게) 사전에 가기 전에 전화가 와요. 가서 이렇게 얘기하라고. 그리고 또 끝나고 나면 그걸 보고해요."
"만약에 조사를 잘못 받으면 주인들은 가만히 있지 않아요. 너희들이 거짓말 진술을 했다, 안 맞은 것도 때렸다고 너희들이 다 거짓말을 했다며 XXX라고 욕을 했어요. 너희들이 조사 잘 받았으면 OO이가 구속까지는 안 됐다고 했어요. 이해가 안 가는 게 자기가 잘못했으니까 구속된 거 아닙니까? 조사 잘못 받으면 너도 구속될 수가 있다고 그랬어요."
Q.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임금 착취 사실을 알게 됐다고요?
"통장 내역서 봤거든요. 그런데 나는 여기서 돈을 그렇게 관리하고 그렇게 쓸 줄은 몰랐어요. 황당했죠. 내가 10년 동안 일했는데 다 빼고 나니까 현재 있는 게 백만 원도 안 돼요. 돈이 다 어디 나갔는지 보니까요, 돈 몇백만 원 빠지고 또 그 다음 날 들어갔다가 다시 또 나오고 들어갔다가 또 나오고 반복했어요."
Q. 통장이랑 카드는 누가 관리했나요?
"나보고 카드랑 통장을 만들래요. 나는 신용카드도 어떻게 쓰는지 몰라요. 통장, 신용카드를 다 주인집에서 관리했어요. 내가 쓴 것도 없고. 저는 마트 간다고 해도 만 원, 이만 원, 그렇게밖에 안 사요. 그런데 돈이 순식간에 수천만 원씩 빠져나가니까. 염전 기계를 내 이름으로 한 것도 몰랐어요. 그러니 무조건 마이너스밖에 없죠."
Q. 섬 안에서 조사를 받을 때와 밖에서 조사를 받을 때 어떤 차이가 있나요?
"증도대교 딱 건너자마자 그랬어요. 아, 이때다. 이때다. 가서 사실대로 (전남)경찰청 가서 사실대로 얘기를 해주고 더 이상 내가 염전은 두 번 안 들어간다. (파출소에서는) 얘기해도 안 되는 것 같고. 저는 그게 또 겁나죠. 주인들하고 경찰서 사람들이 같이 알아버리면. 경찰한테도 한 번 부탁을 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내가 얘기해도 그러겠죠. 직접 주인한테 한 번 얘기를 해보라고. 얘기한다 해도 안 보내주면 뻔한 건데, 내가 말을 뭐 하려 하겠어요, 내 입만 아프지."
Q. 최근에도 진술 관련 압박이 있었나요?
"여기(전남경찰청) 오는 날 아침에 가서 조사 똑바로 받아라, 그 얘기를 했어요. 법정 가면 너희들 동의하에 카드나 통장을 빌려줘서 돈을 쓰고 다음 날 현찰로 돈을 줬다고 진술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진술하면 거짓이잖아요? 진술을 잘못하면 법정에서 구속될 수 있다고 했어요. 내가 죄도 없는데 왜 구속되나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Q. 이제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
"일단 마음부터 추스르고 나서 차근차근 하나씩 하면서 제 인생을 하려고 하죠. 처음부터 하나씩, 하나씩. 거기서 못했던 거 나 스스로 경험도 해보고, 이제 한번 그렇게 살아보려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어요. 회사 같은 데 한 번 들어가는 게 목표거든요, 아무래도 직장생활 하면서. 그다음 신앙생활도 하고 싶어요, 제가 여기 있으면서 신앙생활은 진짜 한 번도 못했어요. 저같이 어려운 사람들 힘든 사람들 돕고 그렇게 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Q. 여전히 염전에 남은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 생각하면 하루빨리 나오기를 바라죠. 나와 가지고 인생을 한 번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무래도 좋죠. 어차피 돈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될 거면 진작 나와야죠. 섬이나 그런 데는 어차피 못 나오겠지만. 그러니까 우리 같이 이렇게 경찰이 한 번씩 가서 뒤집고. 혼자 나오긴 저기 하니까, 같이 나와 가지고 조사도 하고 그렇게 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죠. 더 바랄 것도 없고, 염전에 있는 사람들 하루빨리 나오는 게, 진짜 내 인생에서 최고로 바라는 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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