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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율 최고 시민 열기에 찬물 끼얹은 확진자 투표 혼란

유영규 기자

입력 : 2022.03.06 13:51|수정 : 2022.03.06 13:51


20대 대선 사전투표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에 대한 투표관리가 큰 혼선을 빚었습니다.

어제(5일) 오후 5시 확진·격리자의 투표가 일반인과 동선이 분리된 임시 기표소에서 시작되면서 기표를 마친 투표용지가 투표함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선거 사무원들에게 인계되는 문제 등을 놓고 전국 곳곳 투표장에서 실랑이와 소동이 연출됐습니다.

투표 마감도 4시간 지연됐습니다.

초박빙 대선에서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36.93%에 이를 정도로 유권자의 투표 열기가 고조된 가운데 발생한 일입니다.

본투표 일인 9일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경우 사전투표의 혼선이 부정선거나 불복 논란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국 곳곳의 사전투표소에 4∼5일 이틀간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은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인 참정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분출된 것입니다.

1천632만 명이 참여한 사전투표에 대해 진영 간 유불리를 따질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투표율이 높으면 민의는 그만큼 충실히 반영되고 대표성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열기는 오미크론의 폭증과 초박빙 판세에 따른 유권자들의 관심 증가, 투표를 통해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낡은 정치를 바꿔보겠다는 시민의식 등이 두루 반영될 결과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중대한 선거의 사전투표가 시비에 휘말린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확진·격리자용 임시 기표소에는 별도의 투표함이 없고, 참관인이 박스나 쇼핑백 등을 이용해 기표 용지를 대리 전달하는 방식을 두고 부정선거 소지가 있다는 항의가 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부산 강서구 명지 1동 사전투표소에서는 선관위 측이 확진·격리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속이 훤히 비치는 비닐봉지에 담아 한꺼번에 투표함에 넣겠다고 해 유권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투표를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다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서울역 투표소에서는 오후 6시까지 투표를 끝낸 확진자가 4명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오후 5시 이후 투표한 99만여 명에는 일반 유권자와 확진자, 격리자가 뒤섞여 확진·격리자의 정확한 규모도 집계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오늘(6일) "선거일에는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이번에 실시한 임시 기표소 투표 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한 만큼 부정의 소지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 151조 2항에 따르면 한 곳의 투표소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외부에 별도의 투표함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이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게 선관위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확진·격리 유권자는 이러한 내용을 사전에 잘 알지 못했고, 투표소 안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자신이 행사한 투표지가 제대로 전달돼 투표함에 들어갔는지 불안을 느낀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선관위 사무총장에게 강력한 항의 표시와 재발 방지대책을 촉구했다고 밝혔고,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오는 9일 본투표를 언급하며 "또다시 선관위의 관리 부실로 국민의 참정권이 훼손돼선 절대로 안 된다"며 항의했습니다.

투표권은 주권자가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헌법적 권리입니다.

이러한 소중한 권리가 선거 및 방역 행정의 부실과 미비로 훼손 받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선거 당국은 오미크론 대유행에 속에서도 발휘된 뜨거운 사전투표의 열기에 담긴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에 대한 민의를 엄중히 인식해 대선 투표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거듭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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