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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잃고, 소도 잃고'…산불 뒤 남겨진 사람들

김민준

입력 : 2022.03.06 12:21|수정 : 2022.03.0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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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북 울진과 강원도 일대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지역 주민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았습니다.

불길이 순식간에 덮치면서 간신히 몸만 빠져나온 주민이 많았는데, 김민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경북 울진의 명도 마을, 산에서 내려온 불길이 민가까지 바짝 다가왔습니다.

뿌연 연기와 함께 불꽃이 피는 곳을 한 할머니가 서성입니다.

[장명랑/경북 울진군 울진읍 : 잠 한숨 못 잤죠. 뜬 눈으로 TV만 보고…. 집 다 타면 어떡해.]

꼬박 50년을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할머니.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생계를 위해 소 7마리를 기르던 중이었는데 불길이 거세져 축사가 사라질까, 발길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장명랑/경북 울진군 울진읍 : 어떡하노. 산에서 불 내려오면 소는 어떡하노. 여기 소가 있어서…. 걱정이 돼서 어떻게 가요.]

밤사이 강풍을 만나 거세진 불길은 화성마을 재심 씨 부부의 희망도 모질게 태워버렸습니다.

김치 맛 하나는 자신 있던 재심 씨가 본격적인 사업 도전을 위해 공장을 세운 지 불과 1년 만입니다.

[이재심/경북 울진군 울진읍 : (공장을) 작년에 새로 지어서 김치, 이제 직거래 장터라고 해서 우리가 농사를 다 지어서 직접 하는…. 공장이 기계가 좀 비싼데 이렇게 돼 버렸네요.]

가축들도 스스로 살기 위해 대피에 나선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불길을 피해 급히 집을 나와 대피소로 모인 주민들, 서로 위로도 해보지만 살아갈 길이 막막합니다.

[전삼중/경북 울진군 북면 : (집에) 불붙었단 소리 들었는데 가봤더니 다 탔더라고요. 대책이야 뭐 있겠습니다. 갑자기 맨몸만 나왔는데.]

산불이 진화됐다는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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