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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지금 우크라이나 아이들은 '대피소와 지하철'에서 태어난다

이정화

입력 : 2022.03.03 18:27|수정 : 2022.03.03 18:27


▲빅토리아(32)와 그의 아들 페도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민들의 대피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피소와 지하철 등에서 출산을 하는 우크라이나 임산부들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늘(3일) 가디언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던 산모 빅토리아(32)는 러시아의 공습 사이렌을 피해 키이우(키예프) 대피소에서 아들 페도르를 출산했습니다.

러시아의 공습이 시작된 이튿날 집에서 진통을 느낀 빅토리아는 병원을 가기 위해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당시 집 밖에선 폭발음이 들려오고 있었지만 출산을 위해 빅토리아와 그의 남편은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빅토리아는 폭격을 피해 조명을 모두 꺼둔 병원에 도착해 아이를 낳을 준비를 시작했으나 2시간 뒤 사이렌 경보가 울렸습니다. 공습 경보였습니다. 

빅토리아와 의료진은 공습을 대비해 대피소로 향했고, 결국 빅토리아는 대피소에서 양수가 터져 아들 페도르를 출산했습니다.

빅토리아는 "아이를 낳을 때를 대비해 요가 수업을 들었었는데 출산 직전에 사이렌 소리를 듣는 게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러시아의 침공 속에서 태어난 페도르가 가족에게 많은 사랑과 행복을 가져다줬다"면서 "내 아이가 내 이야기를 통해서만 이 전쟁을 경험하길 바란다"며 "아들이 실제 전쟁을 몰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전쟁중 아이를 낳은 우크라이나 여성(사진=The New Voice of Ukraine)전쟁 속에서 아이를 출산한 임산부는 빅토리아뿐만이 아닙니다. BBC 방송에 따르면 현지시간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지하철역에서 23세 산모가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이날 밤 8시 30분경 공습을 피해 지하철역으로 내려온 산모가 출산이 임박하며 경찰관들의 도움으로 아이를 출산하게 됐습니다. 어려운 순간에 출산을 하게 된 산모와 아이는 다행히 건강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당시 지하철역에는 공습을 피해 내려온 시민들이 있었고, 현재 그들은 정차된 열차 등에서 몸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최초 공개한 우크라이나의 정치인 한나 홉코는 자신의 SNS를 통해 "폭발이 이어지는 힘든 상황에서도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 엄마는 어렵게 출산했지만 기뻐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일부 누리꾼들 역시 '아기 엄마는 누구보다 공습이 무서웠을 것', '아기 탄생은 비참한 시기의 희망' 등 산모를 위로하면서 아이의 출생을 축하했습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주일이 지난 오늘(3일),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도시 하르키우(하르코프) 등에 위치한 산부인과, TV 타워 등 민간 인구 밀집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산발적 공습이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되며 임산부, 영유아에 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사진=The New Voice of Ukraine, 가디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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