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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2/22) : 우크라이나 화약고 된 '돈바스'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입력 : 2022.02.22 17:59|수정 : 2022.02.22 17:59


스브스레터 이브닝 최종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아침에 눈 뜨면 긴박하게 돌아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외신 보도가 쏟아지네요. 전쟁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데요, 전세계의 이목이 우크라이나 화약고 돈바스 지역에 집중돼 있죠. 이쪽에 러시아 군대 보내라는 푸틴의 명령이 떨어졌으니까요. 돈바스가 러시아와 서방 세계 대치의 중심에 있는데요, 돈바스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정리해 볼게요.     
 

"돈바스로 병력 파견" 지시한 푸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방장관에게 파병을 지시하면서 전쟁 위기는 초읽기에 들어갔는데요, 파병 지역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라는 곳이에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와 접해 있는데요,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세워 자치권을 행사하는 지역이에요. 국제사회에서는 분리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이고요. 근데 푸틴 대통령이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이라는 이름으로 병력 파견을 지시한 거죠. 

최근 상황을 짧게 정리해 볼까요. 러시아 하원의회가 지난 15일 돈바스 지역의 두 자치 공화국 독립을 승인해야 한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죠. 의회의 결의안이지만 푸틴이 뒤에서 시킨 일로 알려져 있고요. 이후 서방 국가의 중재 노력이 이어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결정을 미뤄오다가 현지시간으로 21일 두 자치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사인했죠. 두 자치 공화국의 독립을 선포하면서 '평화유지군' 파병, 그러니까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 러시아군 배치도 지시했죠.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거죠.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으로 넘어가는 것 자체가 침공 아닐까요? 미국은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군이 이미 8년간 넘어가 있었고 몰래 그렇게 하다가 이제 공공연히 하는 것이라며 아직은 '침공 행위'는 아니라는 입장이죠. 러시아가 군사작전에 나서면 미국이 침공으로 규정하고 고강도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이네요. 
 

친 러시아의 땅 '돈바스'

(출처=연합뉴스)
돈바스에 자치 공화국이 들어선 건 8년 전인 2014년이에요. 그 해에 러시아가 우크라아나 남부의 크림반도를 침공해 강제 병합했는데요, 동부에 있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도 독립하겠다면서 산업지역을 장악하고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이라는 자치 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거죠.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 각각 230만 명과 150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주민 다수가 러시아 국적자이거나 러시아어를 사용한다고 해요. 또 러시아가 주민 80만 명에게 러시아 여권을 발급했다고도 하고요. 현재 돈바스 지역은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 이를 제압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관할하는 지역으로 나뉜 상태고요, 저강도 내전이 8년 동안 이어져 왔죠.
 

"냉전이 다시 시작됐다" 

돈바스가 화약고이지만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충돌로 이번 사태를 볼 수 있는데요, 러시아가 전쟁까지 불사하는 가장 큰 이유가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을 막는 거니까요. 

(출처=연합뉴스)
이미 러시아가 나토에 포위된 상황에서 러시아의 앞마당인 우크라이나마저 서방의 동맹으로 넘어가는 걸 푸틴은 두고 볼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냉전이 다시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의 최근 도발과 나토의 동유럽 병력, 군사장비, 지원 증강은 1991년 소련 붕괴 전 수십 년간 이어진 동서 갈등의 판박이"라고 해석하고 있네요. 이 매체와 인터뷰한 한 전문가는 "유럽·미국과 함께하려는 국가, 러시아와 같이 가려는 국가들을 가르는 미세한 선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를 냉전 시즌2라고 부르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넘어 세력 확장을 시도할 것이다"고 전망했는데요, 유럽의 안보 지형이 불안정해질 것으로 보이네요.  

러시아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한물 간, 과거의 강대국'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거죠. 이번 사태로 서방 국가의 정상들이 외교적 중재를 위해 푸틴과 접촉하려고 애쓰고 있는데요, 이를 두고 푸틴과 러시아가 이미 전세계를 상대로 한 외교전에서 이겼다고 평가하는 외신 보도도 있었거든요. 이런 제목이었죠. "슈퍼파워 러시아가 돌아왔다. 아무도 크렘린궁을 무시할 수 없다"
 

문 대통령 "우크라 주권·영토 존중"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는데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모색,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존중 등을 언급했죠. 문 대통령 발언 내용 일부를 소개할게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사회의 기대와 달리 무력충돌 상황으로 악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정치·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 그간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부터 범정부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전개될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재외국민 보호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왔습니다. 사태가 급박하게 전개됨에 따라 이제는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응 태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거주 교민들의 보호와 철수에 만전을 기하고, 관련국들과도 긴밀히 협력해 주기를 바랍니다.

우크라이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재외국민 보호 대책을 세우고 경제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대통령이 강조한 거죠. 관련 정부 부처들도 점검 회의를 잇따라 열었는데요, 외교부는 2차관 주재로 우크라이나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긴급히 열어 국민 긴급 대피와 철수 방안을 논의했고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상황 시나리오별로 이미 마련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실물·금융시장 안정조치들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관련 비상대응TF(태스크포스)도 적극적으로 가동해야 한다"고 지시했죠.
 

에너지·원자재…우리 경제 영향은? 

전쟁 위기로 우리는 에너지와 원자재 수급, 수출 등 산업 활동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죠. 우선 예상할 수 있는 게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이죠. 러시아는 원유 생산국이면서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인데요, 전쟁 위기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넘으면서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네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항공,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 건설 등 많은 업종에서 고전할 수 있죠.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들어가는 원재료 중 러시아 생산 비중이 비교적 높은 니켈과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고 있고요, 이들 원자재를 쓰는 건설업계도 봄철 본격적인 공사 시즌을 앞두고 비상이라고 해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희귀가스인 네온(Ne)과 크립톤(Kr)을 수입하는 반도체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고요. 반도체 업계는 특히 미국이 이미 예고한 대로 러시아 상대로 고강도 반도체 제재에 나선다면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죠. 정부 부처와 금융계 산업계 등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긴급 점검'이 잇따랐는데요, 그만큼 점검할 것들이 많겠네요. 
 

오늘의 한 컷

(사진=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가 15일 남았군요. 집배원이 선거 공보물을 배달하는 장면인데요, 아파트 우편함마다 두툼한 공보물이 꽂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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