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출격을 앞두고 밝혔던 이승훈의 속내
이승훈 (2010년 1월)
"저는 정말 누구보다 독하게 (훈련)할 자신이 있고요. 저는 승부욕이 좀 지나칠 정도로 강한 것 같기도 해요. 정말 같이 (레이스)하는 사람한테만큼은 지고 싶지 않은데, 이런 게 경기력에는 오히려 장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장거리 선수는 끈기가 있어야 되잖아요. 제가 장거리를 하는 데 그런 부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승훈 (2022년 1월 28일)
"(예전 했던 훈련은) 말도 안 되는 운동량이에요. 정말 말도 안 되는… 훈련은 진짜 독하게 했던 것 같아요. 그걸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걸 어떻게 했지 싶어요. 그런 운동량을 '와, 어떻게 했지?' 싶은 생각이 많이 드는데 다시 하라면 지금은 못 하죠. 하하~"
"네덜란드 선수들이랑 어울리고 운동을 하면서 많이 좀 느꼈던 것 같아요. 거기서는 한국에서 하듯이 스케이트를 하루에 두 번씩 타고, 지상 운동하고 다른 운동도 하고 이렇게 하지 않았거든요. 일주일에 두세 번 스케이트 타고 주말에 시합하고 그리고 나머지 훈련은 또 자유롭게 하고 그런 분위기에서 하다 보니까 이렇게 (운동)하면 정말 즐겁게 할 수 있겠구나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스케이트를 하루라도 안 타면 불안했던 마음이 있고 경기력이 떨어질 것 같다는 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네덜란드를 다녀온) 이후에는 '떨어지면 어때'라고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즐겁게 타는 게 일단 더 중요하다' 약간 이런 마음으로 바뀐 것 같아요. 쉬고 싶고 하기 싫을 때는 쉬자 그런 마음으로…."
"(네덜란드 스케이팅은 우리와) 문화가 너무 많이 다르다는 거를 느꼈는데, 예를 들면 (네덜란드에서는) 연습이 끝나면 우리 팀원이랑 코치들이 모여서 스케이트장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나 핫초코 마시면서 막 얘기를 해요. 시합에 대한 얘기 아니면 다른 잡담, 농담, 막 웃으면서… 그런 분위기 너무 좋았고… 그리고 매주 토요일이 시합이거든요. 근데 시합이 끝나면 같이 맥주를 한 잔씩 마셔요. 그러면서 '아, 고생했어' 얘기하는 그런 문화도 좋았거든요. 근데 지금 우리(한국 선수)가 시합 끝나고 맥주 마신다고 생각을 해봐요. 그러면 난리 나죠. 시합이 끝나면 성인 선수들이 맥주 한 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단은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자 문화잖아요. 거기서는 저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운동을 재밌게 하는 거 그리고 (다른) 일하면서도 (운동)하는 거 그런 부분이 너무 좋았어요. 일하면서 운동하고 40대인 선수들도 (빙상) 마라톤을 막 뛰고, 일하고 와서 저녁에 와서 (스케이트) 타고 그런 거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 오랫동안 재밌게, 그냥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평창 끝났을 때 즈음에는 다음 올림픽까지만 하고 진짜 그만하자 그 마음이 제일 컸어요. 근데 네덜란드 가서 운동도 하고 그다음에 다녀와서 굳이 그만둘 이유가 없겠다 싶더라고요. 이렇게 재미있게 탈 수 있고, 그냥 계속 타면 되는데 이 재밌는 걸 왜 그만두지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케이팅) 하다가 재미없어지면 언제라도 그만둘 거거든요. 저 자신한테 이게 즐거운 일이냐 아니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만약에 제가 쉬지 않고 평창 이후에 쭉 (한국에서 훈련)해서 보냈다면 아마 베이징이 진짜 거의 마지막이었을 거예요. 예전처럼 쭉 했다면. 대신에 아마 지금보다는 더 훨씬 잘 탔겠죠. 성적도 좋았을 수도 있고… 근데 다녀온 이후에, 네덜란드에 다녀온 이후에 (선수) 수명이 길어졌죠."
"(팀추월에서는) 이끄는 것도 안 되고 지금은 (후배들) 쫓아가기 바빠요. 쫓아가야 돼요. 어떻게 더 이끌어요. 지금 상태에서는."
"제가 허리 디스크랑 목디스크가 있어요. 근데 이게 스케이트를 타면서 오는 직업병인 것 같아요. (스케이팅 자세가) 안 좋은 자세고 허리에. 이렇게 (허리는) 숙이고 있고 항상 목 빼서 들고 있고 이런 동작이 오래 하다 보니까 그게 디스크가 된 것 같아요."
"제가 월드컵을 (이번 시즌에) 4년 만에 나왔잖아요. 그런데 장비도 많이 바뀌고 이런 변화들이 생겼는데 그 공백이 있는 동안 제가 변화를 못 따라간 텀(Term)이 좀 있더라고요 확실히. 그런 부분은 좀 아쉽기는 해요. 그냥 4년 전에 하던 장비를 저는 그대로 가져가는 거거든요. 이걸로 최대한 (올림픽을) 소화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4년 전보다는 좀 부족하죠 제가."
"그거는 기적이죠. 이번 올림픽까지 또 메달이 된다면… (기적은) 그동안 많이 보여드렸잖아요. 올림픽마다, 하하. 메달에 대한 욕심은 좀 내려놓았어요."
"저는 이제 선수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다음 올림픽 때 (대표) 선발이 안 되면 이번 올림픽이 (올림픽으로는) 끝일 수도 있는 거지만, 일단 생각 없이 그냥 계속 (스케이트) 타는 것 자체를 즐기면서 하다가 (대표 선발) 되면 가는 거고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뭐 그런 거니까 '이제 그만 한다' 이런 마음은 없어요."
"우리나라 다른 선수가 (5,000m나 10,000m 출전이) 됐었으면 그래도 나았을 텐데 이제 한국 선수는 (장거리를) 아예 비비지 못하는 종목이 돼 버렸잖아요. 너무 아쉽죠. 그런 부분이 너무 아쉬워요. 다음 올림픽을 제가 (출전)한다면, 만약에 한다면, 메달은 진짜로 그 다음 얘기고, 5,000m, 10,000m에 대해서 출전권은 꼭 따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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