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왕립 오페라 270여년 역사상 첫 동양인 종신단원 l 베이스 고경일
갑자기 귀가 왼쪽 귀가 이제 연습을 끝내고 집에 딱 왔는데 뒤통수가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여기 왼쪽 뒤통수가 느낌이 쫙, 이게 왜 이러지 왜 이러지 그래 가지고 이렇게 하면 모르잖아요. 그냥 뭐가 이상한지, 그래서 느낌이 너무 안 좋아서 이어폰을 얼른 가져다가 귀에 이렇게 한 번씩 대봤어요. 네 근데 여기는 들리는데 여기가, 왼쪽 귀가 안 들리는 거예요.
-갑자기 갑자기요?
=그때 인생이 진짜 성악가로서 인생이 끝나나
-근데 갑자기 왜 그런 거예요. 무슨 병이?
=의사 말로는 이제 뭐 엄청난 스트레스, 좀 여러 가지 일이 있었었죠. 그러면서 스트레스가 좀 있었고 그런 상황에 귀가 안 들려 버리는데 이거는, 그 충격은 뭐 말할 수 없었어요. 사실 노래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고 노래에 올인 했었고.
-근데 이제 그냥 잘 모르는 분들은 그래도 한쪽 귀가 들리면 괜찮은 거 아니야? 그래도 다 안 들리는 게 아니라 한쪽 귀가 들리면 상관없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잖아요. 왼쪽 귀만 안 들려도 그게 큰일인 거죠?
=이게 밸런스가 안 맞죠. 예를 들면 이렇게 내가 노래를 해도 만약에 고개만 돌려도 오케스트라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죠. 네 이렇게 하면 여기는 또 들려도 또 이렇게만 노래할 수는 없잖아요. 발란스가 안 맞고 내 목소리가 또 이상하게 들려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불 덮어놓고 이렇게 막 말하시는 분 아무것도 안 들리잖아요. 그런데 그 느낌이 너무, 뻑뻑한 느낌이 들면서 노래까지 못하게 되는…. 진짜 큰일 났다.
이제 저는 혼자잖아요. 그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의 성악가가 귀가 안 들려서 전신 마취하고 이렇게 다 옷을 다 벗고 그냥 누워 있는데, 갑자기 잠깐 자다가 깨라, 이렇게 독일 말로 잠깐 그러더라고요. 그러더니 뭘 딱 넣는데 진짜 한 10초도 안 돼서 그냥 자고 일어나는데 7시간이 지나 있는데 딱 눈을 떠서 일어나려는데 안 일어나져요. 몸이 너무, 전신마취 깨고 머리가 막, 그 고흐의 자화상 보시면 귀가 잘려 가지고 이 붕대를 이렇게 감고 다니잖아요. 딱 그렇게 해놓고 여기 귀를 막아놓고 이렇게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이제 병원에 한 1주일 정도 더 있으라고 그래서 있으려고 했는데 그 때 당시 슈바이네 그리프라고 이제 돼지독감(신종 플루)이 그때 유행을 했는데 제 동료들이 문병을 온다고 왔는데 이제 제가 뭐 건강한 줄 알고, 몸은 아무렇지도 않았으니까, 수술한 상태에서 그냥 병원 뭐라 그러죠, 병원 가운이라고 그걸 입고서 막 돌아다닌 거에요. 잘 가라 잘 가라 하다가, 몸이 너무 아파 가지고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춥지?
-돼지독감에 걸리신 거예요?
=몸이 그냥
-웃을 일이 아닌데 진짜
=침대에 누워서 이렇게 있는데 몸이 이렇게 떨리죠. 계속 떨리는 거예요. 추워서. 그러니까 병원에 간호사한테 나 추워 죽겠다. 죽겠다 하는데, 하는 게 없어, 이불만 한 10장 더 줘, 이불만 덮어줘요. 또 추워 그리고 또 이불, 이 이불을 10장을 더, 무거워 죽게끔 막 이렇게, 그러더니. 이건 코미디예요. 이제 한국 사람 아시아 사람이 갑자기 독일 병원에서, 근데 이거 정말 생각하면 외로운 거, 너무 늙은 거 같고,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웃기는 거잖아요. 네, 코미디같이 그렇게 지냈는데 이제 아무튼 병원에서 막 처치를 잘해주고 그래가지고, 그건 다 깨끗하게 나았고, 근데 계속 귀는 안 들리더라고요
그러니까 의학 용어라 제가 정확하게 이해를 못했는데 뭔가가 찢어졌다고 그러더라고요. 이 안에서 스트레스로 뭔가가 찢어졌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근데 그거를 자기네들이 잘 메꿨으니 시간이 지나면(낫는다고). 그래도 6개월 동안은 지옥이었어요. 안 들리니까 그러니까 그 자화상 거울 아침에 보면 계속 피가 나요.
이렇게 피가 나요. 계속 나고 그래서 붕대를 감고 거울을 보고 있으면 이게 내가 성도 고씨잖아요, 내가 고흐가 된 건가, 고흐랑 같은 집안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거 정말 이렇게 살다가 나는 이거 뭐, 내가 인생이 뭐가 되는 건가, 뭐 별 생각이 다 들었죠.
그랬는데 딱 6개월 지나서 '어? 들린다!'
-그게 어떻게 그냥 갑자기 느낌이 좋은데 이렇게 (된 건가요?)
=느낌이 좋아요. 느낌이 뭔가 상쾌한 느낌이 나요. 상쾌해, 이상하다, 그래갖고 또 이어폰을 갖다 대니까 들리는 거예요.
-그게 그냥 독일에 계실 때 그때?
=네. 계속 독일에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 몸 상태로 한국에 들어올 수는 없었어요. 어떻게든 버텨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 인생이 뭐냐 하면 저는 포기하지 않은 인생을 항상 생각을 하거든요. '한 번 안 되면 어때 이 다음에 하면 되지' 그런 생각을 항상 갖고 있고 그때 당시에 내가 '아 이거 귀가 안 들으니까 난 끝났구나' 해서 무너지고 '한국을 가자' 해서 그냥 왔으면 사실 이렇게 지금 이렇게 SBS에 못 왔죠. 그러니까 항상 포기하지 않고 또 한 도전하고 또 한 번 도전하는 그게 저는 제 삶의 방식이거든요.
그래서 귀가 들리니까 '귀가 들리니까 한국 가자', 이게 아니고 귀가 들리니까 그때 당시 독일 매니저한테 '야 나 귀가 들린다 네가 지금 (공연) 잡을 수 있는 거 아무거나 아무거나 빨리 잡아달라, 나 지금 체류 허가가 곧 끝나기 때문에 무조건 뭐든지 잡아야 된다' 그래가지고 매니저가 그냥 부랴부랴 잡아준 게 세 곳의 극장이었는데, 세 극장이 다 합격이 되어버려요.
근데 갑자기 어느 날 (부인이) 오빠, 덴마크 코펜하겐 방송국에 이제 덴마크 라디오라 해 가지고, DR 네네, 그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방송국 KBS예요. 그러니까 그 덴마크 국립 방송국에 합창단이 있거든요. 거기에 자리가 나왔는데 어떡하지? '그래 한번 가 봐, 해봐' 그런데 해보는데 의무 지정곡이, 지정곡이 아니고 의무로 해야 되는 게 덴마크 노래인 거예요. 덴마크 노래는 뭐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노래도 마찬가지로 이거 덴마크 말은 상상도 못하고, 네, 독일을 넘어갈 생각을 안 했고 독일 영주권도 있고 하니까 이걸 어떻게 하겠냐, 근데 열심히 하더라고요. 자기가 해보겠다고.
근데 유튜브를 보고 악보를 뽑아서 따라서 계속 공부를 하고, 아무튼 이걸 가지고 덴마크로 갔어요. 근데 그 잠깐에 있던 그 에어비엔비에 묵었던 주인 아줌마가 딱 읽어주는데 자기가 다 틀리게 공부한 거야. 그런데 이제 시간은 당장 이제 없고 한 이틀 뒤에 지금 노래를 불러야 되는데 발음이 다 틀렸대요.
-에어비앤비 아줌마한테 특강을 받아야죠
=특강을 받아서 아줌마랑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아줌마가 결혼할 때 제가 가서 노래도 해줬어요. 그렇게 인연을 맺어가고 있습니다.
-너무 재밌어요.
=그랬는데 이제 와이프가 '오빠 나 합격했다'는 거예요. '이게 무슨 일이냐'
-운명이 덴마크로 가라고 하는군요.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드는 생각이, 좋지만 이거 이거 그럼 떨어져서 지내야 되네, 독일이랑 덴마크, 어떻게 하지 왔다갔다? 그러니까 두 집 살림을 하게 되는 거예요. 이것도 걱정이 막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그래도 1년 동안은 그래도 떨어져 살았어요. 어쩔 수 없이.그랬는데 이제 와이프가 정보가 있어서, 이제 덴마크에도 덴마크 안에 성악가들의 커뮤니티가 있을 텐데, 와이프 동료들이 '왕립극장에 베이스가 자리가 나왔단다. 그래? 남편 베이스라고 그랬지? 한번 해봐? 오디션'.
근데 개인적으로 할 수가 없잖아요. 에이전시를 통해서만 가능해요. 그러니까 저 그때 당시 프랑스 매니저한테 이거 오디션을 한번 잡아달라 근데 여기에 커넥션이 없다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도 만들어 한 번만 해줘 지금 와이프가 지금 여기 있는데 내가 한 번 해야 될 것 같으면 어떻게든 만들어 줘요. 그래서 매니저가 오디션을 만들어 줍니다.
이제 솔리스트는 자꾸 극장장이 와서 면담을 해요. 이 공연은 어땠고 자꾸 평가를 한단 말이에요. 왜냐하면 극장의 얼굴이잖아요. 다른 거는 잘 표가 안 나는데 솔리스트는 다 표가 나요, 어떻게 하는지. 근데 저랑 그때 같이 들어간 동료들이 독일에 노르웨이에 웨일즈 영국 그 옆에 있는 웨일즈에, 덴마크도 있었고. 그런 동료들이 다 해고당했던 거예요. 그러니까 면담을 하면 나는 더 연장이 안 됐어 안 됐어, 그렇게.
그럼 이제 나도 올 것이 왔구나, 너 와라 그러길래 또 다른 극장을 준비해봐야 되겠다 하고 들어갔는데, 극장장이랑, 이제 우리 극장의 1인자 2인자가 이렇게 앉아 있고, 저기 앉는데, 계속 칭찬을 주고받더라고요 . 뭐가 좋고 뭐가 좋고, 되게 분위기가 이상해. 좋대. 좋아? 땡큐 땡큐. 그래 그래, 오케이, 오케이, 그랬는데, 갑자기, 그렇기 때문에 너한테 퍼머넌트 컨트랙트(종신단원 계약)을 주고 싶다,
-예상도 못하고 있었는데?
=상상을 못했어요.
-너 떠나라고 통보할 줄 알고
=이제 그래서 저는 다른 극장, 어디 극장을 가볼까 막 이런 생각까지 해보고 있었는데, 그러면 너 어떻게 할래 지금 사인할래 아니면 네 계약기간 남아 있으니까 나중에 할래, 이러더라고요.
-그러니까 2년 남아 있을 때?
=계약 기간 1년 남아있을 때였어요. 왜 이렇게까지 나한테 호의를 베풀지? 그러니까 지금 좋다는 거예요. 무작정 그래, 너무 이게 이해가 안 돼가지고 막 서로, 뽀뽀해 줬어. 2인자는 스위스 여자고, 1인자는 영국 남자인데, 이게 나한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나한테 이런 영광을 너희가 나한테 주냐, 너무너무 고맙다, 난리가 나서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고. 생각할 게 뭐 있어요. 가족이 여기 있는데.
할 때마다 거기에 그냥 모든 몰입을 하기 때문에 다 행복하게 하고 있지만, 당연히 뭐 메피스토펠레스, 그 베이스가 할 수 있는, 사실 오페라는 아시겠지만 테러나 소프라노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잖아요. 그 사람들만 주인공이잖아요. 모든 오페라가. 그런데 베이스가 사랑에 빠지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악마 역할로서 포커스를 가장 많이 화려하게 받는 게 메피스토펠레스, 그러니까 그거 할 때 가장 기뻤던 것 같아요. 내가 베이스로서 할 수 있는 걸 막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 뭐 이런 거 굉장히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거 할 때 인생에서 덴마크 관객한테 저거 딱 끝나고 커튼콜을 하는데, 그 함성으로 이렇게 막 휘청거릴 정도의 그걸 받아서, 관객들이 그냥 소리를, 막 일어나 가지고 소리를 지르는데, 그래서 다른 가수들한테도 저렇게 하나 그랬는데 그렇게까지는 안 하더라고요. 그래 가지고 참 이렇게, 신기하네 왜 이렇게 나를 좋아하지 이렇게 덴마크랑 합이 맞나 뭐 그런.
-근데 그 역할을 덴마크에서만 하시지는 않았을 거잖아요?
=독일에서도 좋았어요. 그러니까 그 역할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랑.
-완전 악역인데요?
=이 생긴 게 좀 그게 몬스터같이 생겼으니까 지금 분장 좀 해놓고 몬스터가 되거든요. 잘 맞는 것 같아요.
-악역 말고 또 다른 역은 또 좋아하는 게?
=다른 역할 지금 들어볼 마르케 왕이에요(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에서) 그러니까 보통 이렇습니다. 베이스는 살인자, 아니면은 왕이지만 실연을 당한 왕, 왕인데 지금도 마르케 왕도 그런 거예요.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서로 눈이 맞는데, 원래는 막 이 왕이 흠모했던 여자고, 이 사람이랑 결혼을 해야 되는데, 갑자기 트리스탄이 나타나가지고 눈이 맞아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충격을 받아가지고 나의 충신이었던 트리스탄이 날 배신하고 나의 여자를! 이런 장면에 아리아인데, 충격에 휩싸여서 부르는 노래죠. 보통 베이스의 역할들이 그렇습니다. 아니면 악마거나. 직접 사랑에 빠져서 여자랑 이렇게 러브스토리가 되는 건 잘 없어요. 베이스는 그렇습니다.
저의 인생은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 유학 갈 때는 그냥 한 3 , 4년 하고 들어가겠지 그런 생각이었는데 뭐가 계속 계약 연장이 되니까 올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20년이라는 세월이 이렇게 벌써 금방 지나가버렸습니다.
-그동안 내가 뭘 잘해서 지금 여기까지 이렇게 올 수 있었다. 뭐 이런 게 (있을까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포기 안 하는 거. 뭐 안 되면 어때 안되면 당장은 실망스럽지, 그렇지만 또 하는 거 또 하면 되지. 지금 당장 귀가 안 들려? 이제 들리면 또 하면 되지. 근데 그런 생각을 계속하는 거예요. 포기하지 않는 거. 나 끝났어 이제 그러면 벌써 한국 왔겠죠. 뭐, 한국에서 좋은 일이 또 있었을 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만. 포기하지 않고 더 해보고 더 해보고 더 해보고 그게 그냥 저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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