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은 컸는데, 사실 걱정도 많았어요. 직전 VNL 대회에서 부진하기도 했고, 뭔가 뚜렷하게 갖춰지지가 않았어요. 그래도 마지막 대표팀 무대가 될 수 있는데, '뭐라도 해보고 가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도쿄행 비행기에 오른 거 같아요."
"올림픽에 가면 사진을 많이 찍긴 하는데, 이번 도쿄는 조금 더 특별했어요. 진짜 마지막 올림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기장 안에서 계속 서로 막 사진 찍어주고, 먼저 '사진 찍자'고 그랬던 거 같아요."
"아직 정리가 안 된 느낌이었어요. 상대가 물론 잘하긴 하지만, 우리가 가진 걸 못한 느낌이랄까요. 그러면서 '아 이거 정말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더 굳게 먹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케냐와 경기가 터닝포인트였어요. 컨디션을 많이 끌어올릴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자신감을 조금 찾기도 했고요. 가장 힘들었던 건 기다리는 시간이었어요. 밤 경기를 앞두면 보통 저녁을 먹지 않고 시합 준비를 하거든요. 그런데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까 라커룸에서 처지지 않으려고 에너지바 먹고, 서로 '계속 깨어 있어야 해'라고 하면서 일부러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런 식으로 계속 분위기를 끌어올렸던 거 같아요."
"저희가 직전까지 계속 졌기에 경기를 앞두고 걱정도 많았죠. 다들 '도미니카공화국은 못하지 않아?' 이렇게 생각하는데, 정말 강한 팀이에요. 저희가 진짜 100% 전력을 해야 이길 수 있는. 저희는 도미니카공화국을 무조건 이겨야 예선을 통과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다음 상대 일본은 아무래도 홈 어드밴티지가 있으니까. 그래서인지 연경 언니가 정말 계속해서 푸시를 했던 거 같아요.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하자고. 라바리니 감독님도 계속 분석하면서 우리와 미팅도 자주 했고요. 저에게는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의 타점이 높으니까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고, 블로킹할 때 손을 들면 안 된다'고 알려주셨어요."
"연경 언니의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말 그대로 해야 된다 그 생각만 했던 거 같아요. 보시는 분들은 감동을 받으셨지만, 저희는 진짜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 맞다. 우리 지금 해야 하는데, 여기서 지면 끝이다. 끝장이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웃음) 그리고 5세트에서 본인이 직접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율을 느꼈죠. 연경 언니의 옆에 있으면 내가 점수를 안 냈지만 같이 만든 것처럼 에너지를 받아요. 그 에너지를 받아서 좋은 리듬을 만든 거 같아요. 12명이 다 같은 마음이었을 걸요."
"그렇죠. 아무래도 많은 분이 보시고, 관심이 크다 보니 저희도 한일전은 무조건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진짜 끝까지 '어떻게든 해보자. 해볼 만큼 해보자. 그렇지 않으면 우리 집에 못 갈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웃음."
"솔직히 코가 선수는 우리와 경기에 못 뛸 줄 알았어요. 발목 부상이 컸기 때문에. 그런데 시합하기 전날 코가 선수가 걸어 다니는 걸 어떤 선수가 봤다는 거예요. 그래서 '에이 거짓말이지? 설마 시합을 뛰겠어?' 이렇게 생각했는데, 진짜 등장한 거죠. 당황하지는 않았어요. 뭐랄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픈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니까. 끝나고 코가 선수를 보는데 뭔가 좀 짠하더라고요."
"정말 너무 좋았죠. 지금도 보면 막 울컥할 거 같아요. 사실 제가 올림픽 경기를 끝내고 한국으로 오면 재방송을 한 번도 보지 않았어요. TV에서 재방송을 엄청 많이 해줬잖아요. 마음이 뭔가 아프고 뭔가 기분이 좀 그래서 항상 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다녀온 건 정말 마음 편하게 보고 있는 거 같아요.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를 마치고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저희끼리 하는 말이 '이번 게임에 걸어. 걸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진짜 모든 걸 걸고 서로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게임을 풀었던 거 같아요. 제 인생의 최고의 한일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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