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델타 변이에 오미크론 변이까지 더해지면서 감염병 유행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겁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실외 마스크 착용 전면 의무화 등 후속 제한 조처를 도입했습니다.
현지 보건당국에 따르면 어제(23일)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4만4천595명으로 지난해 2월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래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습니다.
델타 변이 유행이 정점에 다다른 지난해 11월 13일 4만902명의 기록을 13개월 만에 넘어섰습니다.
검사자 수 대비 확진자 수 비율을 나타내는 확진율도 4.9%로 5% 선에 육박했습니다.
최근 며칠 간의 일일 확진자 수를 보면 19일 2만4천251명, 20일 1만6천198명, 21일 3만831명, 22일 3만6천293명 등으로 급증 추세를 보입니다.
일일 사망자 수는 168명으로 지난 5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이러한 바이러스 확산세는 날이 갈수록 속도를 높이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보건당국의 분석입니다.
이탈리아 국립고등보건연구소, ISS 통계에 따르면 현지 시간으로 이달 6일 기준으로 오미크론 변이는 전체 확진 건수 대비 그 비중이 0.19%에 불과했으나 지난 20일에는 28%까지 치솟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이틀마다 감염 건수가 두 배씩 증가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ISS는 이를 토대로 이탈리아에서도 조만간 오미크론 변이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비오 브루사페로 ISS 소장은 "오미크론 변이가 매우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통계"라면서 "이 변이가 짧은 시일 안에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보건당국도 연말연시를 앞두고 다시 방역의 고삐를 바짝 죄기 시작했습니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어제 내각 각료와 보건 전문가, 자치단체장들이 참석한 방역회의를 거쳐 추가 제한조처를 확정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예외 없이 실외 마스크 착용이 다시 전면 의무화됐습니다.
바이러스 상황이 크게 호전된 지난 6월 해제됐다가 6개월 만에 부활한 것입니다.
안전거리 확보가 어려운 대중교통과 영화관·극장, 스포츠 경기장 등에서는 한국의 KF94에 해당하는 FFP2급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와 더불어 내년 1월 31일까지 실외 공공장소에서의 행사·이벤트가 일절 금지되며 디스코텍이나 나이트클럽 또한 폐쇄됩니다.
당국은 또 내년 2월 1일부로 백신 패스의 유효 기간을 기존 9개월에서 6개월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백신 접종으로부터 6개월 후에는 추가 접종을 해야 백신 패스를 갱신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 백신 접종과 부스터샷 사이 간격도 기존 5개월에서 4개월로 줄여 시민들이 서둘러 추가 접종을 하도록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백신 접종자와 바이러스 감염 후 회복한 사람에게만 발급되는 그린 패스가 있어야 실내 음식점과 각종 문화·체육시설 등 출입이 가능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