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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앞두고 자치경찰 벌써 '정치 외풍'…인사 놓고 잡음

유영규 기자

입력 : 2021.12.14 07:48|수정 : 2021.12.14 07:48


시행 반년도 안된 자치경찰제도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새해 있을 경감 이하 지역경찰 인사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장 등에게 '민원'이 이어진다는 등 잡음이 불거지면서 일선에서는 "이러다 구청장에게 줄 서는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자조까지 나옵니다.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장은 지자체장이 임명하고, 나머지 위원은 시도의회나 시도교육감, 국가경찰위원회 등에서 추천합니다.

전국 자치경찰위원은 교수와 경찰이 각각 27%로 가장 많고 변호사가 22%, 전직 공무원이 14%, 기타 시민단체나 언론인 출신이 8%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도지사와 정치적 인연이 있는 사람이 자치경찰위원장이 되는 경우가 많아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리부터 위원장들에게 '줄 서는' 경찰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시도경찰청장은 경찰청장이 시도 자치경찰위와 협의해 추천하는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임용합니다.

반면 경감 이하 지역 경찰 보직 발령은 자치경찰위원회 몫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제가 안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게 돼 일찌감치 우려했던 정치 중립 문제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오늘(14일) "심지어 경찰 계급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와서 위원 자리를 차지하니 부작용이 생긴다. 자치경찰위 구성과 관련한 별도의 검증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자치경찰제를 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것이 정치 예속화·용병화였다"며 "현재의 자치경찰위 구조는 운영의 편의성을 위한 것인데, 위원장을 위원회 안에서 민주적으로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되면 그래도 지자체장이 위원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이원화를 목표로 삼았지만, 현실은 '한 지붕 세 가족' 꼴이 돼 인사와 업무 등에서 충돌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업무를 하는 국가경찰, 자치경찰, 그리고 국가수사본부 등까지 업무 분담이 명확하지 않고 권한 행사 기준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여러 충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선 경찰들의 우려도 상당합니다.

서울 한 지구대 팀장(경감)은 "경찰은 독립돼야 하는데 자치경찰에 흡수돼서 정치 바람을 타는 것 같다"며 "청장 임명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영향이 있고, 그렇게 되면 나중에는 지구대장, 파출소장 인사권도 가져가는 쪽으로 바뀔 것 아니냐"고 우려했습니다.

또 다른 서울 시내 파출소장도 "7월부터 자치경찰제가 시행돼 방향은 제시됐지만, 개념이 정립이 안 돼 시행착오가 많다"고 공감했습니다.

자치경찰 자체가 주민의 요구 가 아니라 경찰의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인위적 요구에 의해 생겨나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역 맞춤형 치안 서비스에 대한 절실한 바람이 아닌, 경찰 권한을 쪼개려는 논리로 우리나라 지방자치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설계해 벌써 부작용이 나온다"며 "애초 설문 결과를 보면 주민도 경찰도 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무용론처럼 자치경찰도 실패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며 "지방 토건 세력과 연결되는 부차적 문제만 양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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