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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 감금" 신고했지만 신병 확보 안해

박찬범 기자

입력 : 2021.12.12 06:28|수정 : 2021.12.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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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대 남성이 자신과 교제했던 여성 집에 찾아가 가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그제(10일) 발생했죠. 이 여성의 아버지가 사건 발생 며칠 전에, 경찰에 직접 신고한 내용을 저희 취재진이 확보했는데, 당시 위급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박찬범 기자입니다.


<기자>

자신과 교제했던 26살 이 모 씨가 그제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흉기를 휘두를 당시 현장에 없어 화를 피했던 A 씨.

A 씨 아버지가 앞서 지난 6일 딸이 위험에 처한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서에 신고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당시 신고 내용에 따르면 아버지는 딸 휴대전화가 부서져 이날 오후부터 전화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납치·감금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경찰에 설명했습니다.

A 씨가 온라인으로 긴급하게 보낸 메시지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휴대전화 사용을 못 하는 A 씨가 온라인 상으로 친구에게 "맞았다, 한 달 잡혀 살면 보내줄까? 도망치다가 잡히면 죽을 것 같다.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경찰은 즉시 소재 파악에 나섰고, A 씨가 대구에 이 씨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A 씨는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전날 밤 이 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두 사람 진술이 상반됐고 긴급체포할 정도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 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 거주지를 근거로 사건을 다음날 충남 천안서북경찰서로 넘겼습니다.

A 씨는 바로 신변보호대상자 신분이 됐지만 불구속 상태인 이 씨는 나흘 뒤 A 씨 집을 찾아가 가족을 상대로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경찰은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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