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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온난화 주범, 이산화탄소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서동균 기자

입력 : 2021.11.30 09:22|수정 : 2021.12.09 10:05

거꾸로 되돌린 이산화탄소 시리즈 ①


지난 13일 막을 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 Climate Change Conference, COP26)에서 진풍경이 연출됐다.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투발루의 외교장관이 몸이 무릎까지 잠긴 채 수중 연설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투발루는 평균 해발고도가 2~4m 정도인데, 매년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점점 물에 잠기고 있는 곳이다. 현재 추세대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한다면 향후 50년 안에 투발루 전체가 바닷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사이먼 코페 외교부 장관은 이 연설에서 "기후변화로 투발루가 겪는 이 고통이 결국 인류 전체에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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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ate change and sea level rise are deadly and existential threats to Tuvalu and low-lying atoll countries. We are sinking, but so is everyone else."

한 나라의 장관이 물속에 들어가야 할 만큼 절박한 나라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나라는 이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이 기후변화가 가져올 결과에 동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제법 찬 공기가 기승을 부리며 겨울을 알리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살펴보자. 올해는 유독 옷장에 마련해 둔 가을용 옷들이 쓰임새가 없었다. 실제 지난 10월은 전국 평균기온이 15.1℃로 평년보다 1℃ 정도 높았고, 10월 상순엔 최고기온이 26.5℃까지 치솟았다. 지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기상청은 가을의 시작을 일 평균기온이 20℃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오지 않는 첫날로 정의하고 있는데, 그만큼 가을의 시작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기상청이 사후 분석을 통해 올가을의 끝을 정확히 발표하겠지만 이미 찬 바람이 생생 부는 지금, 올가을이 짧았다는 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비단 올해만의 상황으로 기후변화를 운운하는 것은 아니다. 기상청이 100년 넘는 기간 동안 분석한 계절 통계 자료에 따르면 실제 가을의 시작일과 가을길이는 점차 짧아지고 있다. 가을이 짧아지는 게 인류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한반도에서 지금 이 시점, 간접적으로나마 기후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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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기상청)

*1973년은 기상 관측망이 우리나라 전국으로 확대된 시기
 

기후변화 막을 수 있을까?

파리협정에서 인류는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을 1.5℃ 선으로 정했다.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환경단체 Climate Action Tracker는 이번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내놓은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량대로라면 2100년엔 전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4℃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의 목표치보다 무려 0.9℃나 높은 것이다. 이 단체의 시나리오 중 기온이 가장 많이 상승하는 시나리오에선 전 지구 기온이 2100년에 무려 2.7℃까지 상승했다. 단체는 현재 상태라면 2030년엔 목표 상승폭에 필요한 온실가스 배출의 2배에 해당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1.5℃의 목표 달성을 위해선 온실가스 감축을 적어도 2010년 대비 45%는 감소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각국이 경제적,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해 1.5℃의 상승폭을 맞춘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못하다.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빠르게 늘면서 온도가 상승했지만, 이 온도 상승에는 많은 여지가 남아있다. 아직 지구가 증가한 이산화탄소에 전부 반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해양에 쌓였던 열이 나중에 방출되면서 온도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이다. 한반도의 태양 에너지가 여름에 가장 강하지만, 반응이 느린 해양에선 해수 온도가 9월쯤 가장 높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그럼 1.5℃ 수준이 아닌 아예 산업화 이전처럼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면 어떨까. 연세대학교 안순일 교수 연구팀이 기후 모형실험*을 통해 이산화탄소의 시계를 되돌려 보았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현재의 농도(410ppm)에서 산업혁명 이전의 농도(280ppm)로 줄여봤다. 하지만 지구의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의 온도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이보다 높은 온도가 수백 년 동안 지속됨을 확인했다. 높은 온도가 유지되는 대표적 이유론 열을 적도에서 극으로 전달하는 대서양 대규모 해양 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을 들 수 있다. 대서양 해양 순환은 현재는 지구 온난화로 해빙이나 육빙이 녹으면서 담수가 섞여 약해진 상태이다. 즉 해양의 열이 적도에서 북대서양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실제 지난 100년 동안 북반구의 온도는 2~3℃ 가량 증가했지만, 북대서양의 온도 변화는 미미했다. 반대의 경우로 실험에서처럼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면 이 순환은 되살아나는데, 문제는 순환이 회복될 때 기존의 강도보다 더 크게 회복(overshooting)된다는 것이다. 강한 순환은 북반구에 더 많은 열을 공급하게 되고 결국 과거보다 높은 온도를 유발하게 된다.

지구 시스템,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나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여도 우린 수백 년 동안은 산업화 이전 대비 높은 온도에서 살아야 한다. 그럼 얼마나 높은 온도일까? 전문가들은 1.5℃~2℃ 정도를 이야기한다. 미래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상태가 얼마나 위험할 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1.5~2℃를 마지노선으로 잡은 만큼 위험한 충격을 막을 수 있는 한계에서 그저 기후가 오랜 시간이 지속된다는 의미이길 바란다.

그런데 기후학자들은 이 외에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2050년쯤에 기온이 크게 상승하는 오버슈팅(overshooting)이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구 기온이 지금 예측하는 1.5~2℃의 상승폭보다 더 상승해 더 높은 기온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예측은 현재로선 불확실성은 높은 예측이지만, 그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후학자들은 이렇듯 현재의 기후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선(임계점)을 넘으면 곳곳에서 큰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변화가 매우 급격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큰 변화를 수반하게 되고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하던 새로운 기후가 나타날 수 있다. 기후학자들은 현재 이 큰 변화를 북극 해빙과 그린란드 빙하 소멸, 산호초 소멸, 툰드라 소멸, 대서양 대규모 해양 순환의 반전, 아마존 열대 우림 황폐 등으로 보고 주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중 산호초 소멸과 여름철 북극 해빙 소멸은 이미 선을 넘어, 파리협정이 성공해도 큰 변화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 시스템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 번 이런 큰 변화가 나타나면 어디서든 이런 현상이 도미노처럼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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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한 나라가 경제적 제재를 이유로 탄소 배출에 대한 노력이 미미할 수밖에 없음을 언급했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이다. 당연히 이 문제 해결이 지금은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재를 가하는 쪽도, 제재를 당하는 쪽도 앞으론 이 문제 해결이 가장 우선순위이길 바란다.

<참고문헌>
Soon-Il An, Jongsoo Shin, Sang-Wook Yeh, Seok-Woo Son, Jong-Seong Kug, Seung-Ki Min, Hyo-Jeong Kim, "Global Cooling Hiatus Driven by an AMOC Overshoot in a Carbon Dioxide Removal Scenario", Earth's Future(2021), doi.org/10.1029/2021EF002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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