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1.21 07:29
수정 : 2021.11.21 07:29"나에겐 시간이 너무 부족하지만 당신에겐 시간이 있다. 편하게 자리를 잡았으면 근육의 긴장을 풀고 오로지 우주만 생각하라. 그 속에서 당신은 그저 하나의 티끌일 뿐이다.
시간이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고 상상해 보라. 응애, 하고 당신이 태어난다. 흔해 빠진 하나의 버찌 씨처럼 어머니 몸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쩝쩝거리면서 당신은 수천 끼의 갖가지 음식을 먹어 치운다. 수천 톤의 식물과 동물이 이내 똥으로 변한다. 억, 하고 당신이 죽는다.
당신의 삶이 그런 것이라면 그 삶은 얼마나 덧없는 것이랴.
물론 당신은 그런 삶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당신>에서
"백과사전을 구성하는 일은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연상시킵니다. 꽃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골라서 자르고 다듬어 어울리게 섞는 게 플로리스트의 일이죠... 열세 살부터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 어느덧 수백 개가 되었습니다. 이 특이한 이야기들 대부분은 전통적인 지식 습득 경로(학교 공부나 신문, TV, 일상 대화) 밖에서 누구한테 들은 것입니다." -<프롤로그>에서
"1601년, 현대 천문학의 창시자인 덴마크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는 황제 루돌프 2세와 같은 마차에 탑승하는 영광을 누렸다. 황제 앞에서 열성적으로 행성의 운행을 설명하던 그는 방광이 터질 듯한 요의를 느끼면서도 차마 마차를 세우라고 하지 못했다. 그는 오줌의 독성이 혈관으로 퍼져 결국 사망했다."
-<엉뚱해서 유명한 죽음들>에서
"미국의 기자 웬디 노스컷은 인간의 멍청함의 사화집을 만들기 위해 <다윈상>을 제정했다. 이 상의 수상자로는 매년 가장 멍청한 실수로 죽음으로써 열등한 유전자를 스스로 제거하여 인류 진화에 이바지한 사람이 선정된다... 1994년의 다윈상은 한 테러리스트에게 수여되었다. 그는 개봉하면 터지게 되어 있는 폭탄을 넣은 소포를 보내면서 우표를 충분히 붙이지 않았다. 소포는 집으로 반송되었고, 그는 소포를 뜯어보았다."
-<인간의 멍청함>에서
"장구한 세월을 두고 돌이켜 보면 인류의 역사는 그런 식으로 진보한다. 3보 전진했다가 멈추고 2보 후퇴한 뒤에 다시 3보 전진함으로써 결국 한 발짝의 진보를 이루어 낸다. 그런데 어찌 보면 뒤로 돌아가는 그 두 걸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류 사회의 전위들은 나머지 구성원들에 비해 너무나 빨리 나아간다. 따라서 가장 뒤떨어진 구성원들과의 격차를 줄이고 인류가 함께 나아가자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3보 전진, 2보 후퇴>에서
"우리 중에서 가장 의심이 많은 사람들조차 막연하게나마 외계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그래서 지구의 지적 생명체인 우리 인류가 실패를 한다 해도 다른 지적 생명체들이 성공할 것이므로 우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은 우리에게 안도감을 준다. 하지만 만약 우리밖에 없다면? 정말 우리밖에 없다면? 만약 무한한 우주 공간에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오로지 우리뿐이라면?... 이런 가정들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 만약 우리가 실패한다면, 만약 우리가 우리 행성을 파괴한다면, 그 뒤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되리라는 것이다." -<만약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에서
"당신은 71퍼센트의 물과 18퍼센트의 탄소, 4퍼센트의 질소, 2퍼센트의 칼슘, 2퍼센트의 인, 1퍼센트의 칼륨, 0.5퍼센트의 황, 0.5퍼센트의 나트륨, 0.4퍼센트의 염소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당신은 단순히 그런 물질들을 합쳐 놓은 존재가 아니다. 당신은 하나의 화학적 구조물이며 훌륭한 건축물이다. 구성 물질들이 적절히 배합되고 한정되게 평형을 이루면서 완벽하게 기능하고 있다... 그 절묘함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당신은 우연히 태어난 것이 아니다. 명심하라." -<당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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