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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한국기독교협의회 총무…"노태우 영결식 참석은 중대한 잘못"

이강 기자

입력 : 2021.11.04 11:44|수정 : 2021.11.04 11:44


13대 대통령 고 노태우 씨 영결식에 참석해 추모 기도를 올린 일로 교계에서 논란이 됐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오늘(4일) 공식 사과했습니다.

이 총무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로서, (5·18) 가해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에 참여한 것은, 5·18 광주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지 못한 중대한 잘못이었다"고 사죄했습니다.

이어 "비록 저에게 공적으로 부여된 기회를 선용해, 가해자의 죽음의 자리에서 시대를 향한 유의미한 메시지를 기도에 담아내고자 했으나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저의 참여 자체가 역사의식의 본질로부터 이탈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이 총무는 "5·18 광주의 마음은 국가장에 반대했고, 고인이 가족을 통해 남긴 사죄의 마음은 용서와 화해를 이끌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었다"며 "제 기도 속에 사회적 화합에 대한 바람은 진실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역사적 정당성과 현실성을 얻기에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돌아봤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국가장 참여는 전적으로 5·18 광주의 마음을 우선적으로 헤아리지 못한 저의 잘못"이라고 거듭 인정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사진=연합뉴스)
이 총무는 "이로 인해 5·18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제 마음에 다시 새기며 그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5·18 광주의 마음을 신앙적으로 해석하고 실천하며 희생적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해온 모든 분, 이를 계승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온 2030세대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이제 곧 열릴 정기총회의 결정 앞에 사심 없이 겸허히 맡기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협의회는 22일 정기총회를 열어 이 총무 연임 여부 등을 결정합니다.

이 총무는 지난달 30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이 남긴 사죄의 마음을 가슴에 새기겠다"는 내용의 추모기도를 했고 교계에서는 고인이 직접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 등에게 사죄를 한 적이 없음에도 이 총무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며 사퇴 요구까지 이어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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