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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차려진 자영업자 '합동분향소'…"제발 살려달라"

강민우 기자

입력 : 2021.09.17 02:51|수정 : 2021.09.17 02:51


코로나 19 방역조치 장기화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 인근에 자영업자 단체의 합동분향소가 설치됐습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어제(16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주변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고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개최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기동대가 사전에 배치되어 국회 앞 인도를 차단하면서 분향소 설치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분향소 설치기 '2명 이상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의사표현을 하는 집회'로 판단, 서울시의 집회 금지 방침에 따라 분향소 설치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비대위는 여의도공원 근처 도로로 이동해 다시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지만, 경찰 차량과 경력 80여 명이 조화와 분향소 천막 등을 실은 트럭을 막아서면서 무산됐습니다.

비대위는 저녁 8시쯤,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 인도에 기습적으로 천막을 치고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기동대를 투입해 자재 반입을 막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대위와 경찰이 대치하면서 일부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경찰관 1명이 뒤로 넘어져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야권 대선주자와 현역 국회의원들도 현장을 찾았습니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8시 반쯤 중재에 나섰습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도 합류해 경찰의 통제를 비판했고, 이정미 정의당 대선 경선 후보도 일정을 변경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비대위 관계자들은 천막 옆에 돗자리를 깔고 임시 분향소를 설치했습니다. 영정 사진이 놓이는 자리엔 '근조 대한민국 소상공인·자영업자'라고 적힌 팻말이 놓여졌고 향초는 모래를 채운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피워졌습니다.

경찰과 비대위는 임시분향소 주변은 경찰 기동대가 둘러싸고 한 명씩만 차례로 입장해 분향하는 방식에 합의했습니다.

영업 제한 시간인 밤 10시부터는 근처 자영업자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습니다. 서울 광화문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세종 씨는 "코로나 1년 동안 남은 건 빚과 억울함 밖에 없다.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제발 살려달라."라며 울먹였습니다.

비대위는 내일(18일) 밤 11시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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