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20대 이하의 아파트 매수 비중이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값이 급등하고 전셋값마저 크게 뛰자 빚을 내서라도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젊은 층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고소득을 올리는 20대라도 '부모 찬스' 없이 금융기관 대출만으로는 서울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부의 대물림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거래 4천240건 가운데 2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5.5%(233건)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부동산원이 해당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9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칩니다.
2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작년 10월(5.1%) 처음으로 5%를 넘겼고, 이후 작년 12월 5.3%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올해 1월(5.1%)과 2월(4.2%)은 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그러다가 3월 4.5%, 4월 5.2%에 이어 5월 5.4%로 다시 최고치를 경신한 뒤 6월 5.5%로 2개월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20대 이하의 매수 비중은 영등포구(11.6%)가 10%를 넘겨 가장 높았고, 종로구(9.7%), 강남구(8.0%), 금천구(7.8%) 등의 순이었습니다.
서대문구(7.5%)와 도봉구(7.4%), 구로·중랑구(7.1%), 서초구(6.5%), 노원구(6.1%), 관악구(6.6%), 강동구(5.5%) 등도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아파트값이 저렴한 외곽 지역과 오피스가 밀집한 도심 지역에서 비율이 높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 등에서도 거래가 활발해졌습니다.
특히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의 경우 20대 이하 매수 비중이 3월 1.8%에서 4월 4.2%로 오른 뒤 5월 7.2%로 튀어 올랐고 6월 8.0%로 더 오르면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KB국민은행 조사 기준 서울의 중소형(전용면적 60㎡∼85㎡) 아파트값이 평균 10억 원을 넘긴 상황에서 소득이 없거나 자산이 많지 않은 10대·20대가 강남에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은 부모의 도움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자녀에게 집을 사주려 부모가 자식과 차용증을 쓰고 공증까지 한 뒤 매달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증여세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하면 5천만 원까지 비과세 적용을 받고, 그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액수에 따라 증여세율이 최저 10%(과세표준 1억 원 이하)에서 최고 50%(과세표준 30억 원 초과) 적용됩니다.
불필요한 탈세·편법 논란을 피하려 합법적인 증여를 선택하는 다주택자도 늘고 있습니다.
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6월 서울의 아파트 증여는 1천698건으로, 전달(1천261건)보다 1.3배 증가했습니다.
이는 2013년 1월 부동산원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작년 11월(679건)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겁니다.
6월에는 특히 고가 주택이 몰린 강남권에서 증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송파구의 6월 증여는 629건으로, 전달(82건)보다 7.7배나 급증했고, 3월 812건의 증여가 이뤄졌던 강남구에서도 6월 298건의 증여가 신고돼 전달(171건)과 비교해 1.7배 늘었습니다.
송파구의 증여 건수는 서울 전체의 37.0%를 차지했으며 송파구와 강남구를 합치면 55.0%에 달해 2개 구의 증여 건수가 서울 전체 증여의 절반을 넘겼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