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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오진혁, 어깨 부상 딛고 9년 만에 '금빛 환호'

전연남 기자

입력 : 2021.07.26 17:57|수정 : 2021.07.26 17:58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며 양궁 역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린 '캡틴' 오진혁은 누구보다 굴곡진 선수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오진혁은 1999년 충남체고 3학년 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며 혜성처럼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해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4강 탈락했고 이어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선발전에서도 쓴맛을 봤습니다.

두 번의 거듭된 실패에 10대 오진혁은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폐인처럼 지내던 그를 품은 건 장영술 현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입니다.

장 부회장은 당시 감독을 맡던 현대제철로 오진혁을 불러들여 정상급 궁사로 재조련했습니다.

추락의 고통을 제대로 맛본 오진혁의 재도약은 드높았습니다.

2009년 태극마크를 되찾더니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런던 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한국 남자 양궁의 역사적인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진혁은 '어깨 부상'으로 또 다른 시련을 겪었습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2017년 오른쪽 어깨 근육이 끊어지며 큰 부상으로 번졌습니다.

의사로부터 은퇴 권유까지 받았지만,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에 한 번 더 서고 싶었던 오진혁은 진통제 투혼으로 버텨냈습니다.

남자 양궁 단체 금메달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미뤄지면서 고통의 시간도 1년 더 연장됐습니다.

현재 오진혁은 어깨 회전근 힘줄 4개 중 3개가 끊어져 더 심해지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는 상태입니다.

현대제철 한승훈 감독은 "오진혁이 3~4년 전 연년생 아이를 봤다"면서 "자녀들에 대한 책임감과 활쏘기를 향한 놓을 수 없는 사랑으로 고통을 견디는 것 같더라"고 전했습니다.

오진혁이 어깨가 부서지도록 훈련한 것은 못 이룬 올림픽 단체전 우승을 향한 미련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남자 양궁은 2012년 런던 대회 단체전에서 동메달에 그치며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이어오던 금맥이 당시 12년 만에 끊겼습니다.

당시 혼자 금메달의 영광을 누린 미안함이 오진혁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26일 김우진과 김제덕, 두 든든한 동생들과 함께 나선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 놓쳤던 금메달을 9년 만에 목에 걸었습니다.

오진혁은 이번 금메달로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틀어 양궁 역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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