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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죽음의 마라톤'서 6명 생명 구한 양치기

김지성 기자

입력 : 2021.05.31 12:37|수정 : 2021.05.3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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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서부 간쑤성의 고산지대에서 양을 키우고 있는 주커밍 씨는 지난 22일 비상 동굴로 몸을 피했습니다.

날씨가 돌변하면서 갑자기 우박과 함께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까지 몰아쳤기 때문입니다.

동굴에는 주 씨가 비상시를 대비해 비축해둔 옷가지와 식량, 땔감 등이 있었습니다.

낮 1시쯤 동굴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운동복 차림의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100km 산악마라톤 크로스컨트리 경기에 참가한 선수였습니다.

[주커밍 : 뛸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못 뛰겠다고 하더라고요. 다리에 경련이 일어났다고. 동굴에 들어가서 몸부터 녹이자고 했어요.]

주 씨는 불을 피워 손발을 녹여주고 안마를 해줬습니다.

잠시 뒤 다시 4명의 선수가 찾아와 동굴로 안내했고, 아직 다른 선수들이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주 씨는 주변을 수색해 쓰러져 있는 선수를 발견했습니다.

[주커밍 : 그에게 갔을 때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를 일으켜 세워 등에 업고 왔어요.]

이렇게 주 씨가 동굴로 피신시켜 구조한 사람은 모두 6명.

주 씨는 2명을 더 발견했지만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같은 마을 주민 60여 명도 선수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조에 나섰습니다.

해발 2천m가 넘는 험한 지형에서 이곳 지리를 잘 아는 이들의 도움은 컸습니다.

강풍과 폭우가 예고됐는데도 주최 측이 산악마라톤 경기를 강행하면서 참가자 172명 중 21명이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주 씨와 주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피해는 더 컸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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