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대사 부인 면책특권 포기"…'반쪽 포기' 논란

옷가게 직원을 폭행한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벨기에대사의 부인이 외교관 면책특권을 포기했다고 대사관 측이 밝혔습니다.

그러나 벨기에 측은 한국 외교부에는 '경찰 조사에 한해서만 부분적으로 면책특권을 포기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져 대사 부인이 한국에서 처벌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한 벨기에대사관은 오늘(28일)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서를 통해 벨기에 외무부가 한국 경찰의 요청에 따라 대사 부인의 면책특권을 포기했다고 밝힌 뒤 "벨기에는 필요에 따라 당연히 한국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사관은 또 "벨기에 외무부가 대사 부인이 의류 매장에서 행한 자신의 용납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두 명의 해당 직원을 개인적으로 만나 직접 사과하였음을 확인했다"면서 "경찰서에 출석해 경찰 조사에 임했음을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벨기에 측이 밝힌 '면책 특권 포기'는 경찰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것일 뿐 재판 등 사법절차에 응하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파악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벨기에 측은 대사 부인이 경찰 조사에 협조하는 데 한해 부분적으로 면책특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우리 측에 알려온 바 있다"면서 "벨기에 측의 면책 특권 포기가 경찰 조사 이후 재판, 처벌 등의 단계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레스쿠이에 대사는 이번 일로 부임 3년 만에 한국을 떠납니다.

대사관은 "현재 상황으로 인하여 그가 더는 대사의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졌음이 분명해졌다"면서 "소피 윌메스 외무장관은 올여름 레스쿠이에 대사의 임기를 종료하는 것이 양국 간 관계에 가장 유익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9일 레스쿠이에 대사의 부인은 서울 용산구의 한 옷가게에서 직원의 뒤통수를 때리고 이를 말리던 다른 직원의 뺨을 때린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사건 이후 대사 부인은 병원에 입원했다가 지난달 23일 퇴원했고, 경찰은 그의 면책특권 포기 여부를 대사관 측에 문의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