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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얼굴에 '스매싱'…연골 다치고 귀 찢어진 아이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1.03.10 13:50|수정 : 2021.03.10 15:15


제주의 한 테니스 지도자가 자신이 가르치는 초등학생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을 해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지도자 A 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선수 얼굴을 향해 테니스공을 강타해 코 연골을 다치게 하고, 라켓으로 머리를 찍는 등 '지도'를 명목으로 도를 넘는 폭력을 행사했다는 선수 학부모들의 증언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30대 A 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오늘(10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자신이 지도하는 만 7∼10세 초등학교 선수 5명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함께 폭행을 일삼은 혐의를 받습니다.

경찰과 피해선수 학부모 등에 따르면 A 씨는 테니스 라켓으로 공을 강타해 아이들을 맞추거나, 라켓 프레임으로 머리를 찍는 등 지난 1년간 피해 아동들을 지속해서 폭행해 왔습니다.

A 씨가 라켓으로 친 공을 맞은 아이들은 얼굴과 몸 등에 멍이 들거나, 심지어 여러 시간 동안 코피가 멈추지 않고, 코 연골이 눌려 병원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선수의 귀를 심하게 잡아당긴 채 끌고 다녀 귀가 찢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A 씨는 선수 부모들이 폭행 자제 요청을 할 때마다 체력단련을 빌미로 운동장을 수십 바퀴 씩 뛰도록 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보복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서적 학대도 일상적이었다는 것이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증언입니다.

A 씨는 심한 욕설은 물론, 체격이 큰 선수에게는 "돼지"라고 부르고, 심지어 선수의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 상호를 이름 대신 부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죽여버리겠다", "네 엄마가 너를 낳고 정말 행복했을 것 같냐" 등의 언어폭력도 난무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피해 아동들은 이런 A 씨의 폭언과 폭행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길 주저해왔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들 아동은 해바라기센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테니스가 계속하고 싶어 이 같은 코치의 폭언과 폭행을 참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코치의 폭행이 중학교 선수들에게도 이뤄졌다는 제보도 있습니다.

경찰은 피해 아동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최근 제주도테니스협회 사무실에 A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 중입니다.

경찰은 또 A 씨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선수 등록비' 등의 명목으로 제주도테니스협회 계좌로 돈을 받아 빼돌린 혐의 등에 대해서도 조만간 A 씨를 불러 추가 조사할 계획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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